[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생산자가 중개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상식이다. 음악·영화 분야 콘텐츠 생산자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스트리밍 서비스·영화관 등 플랫폼 중개수익보다 크다. 하지만 방송콘텐츠 분야는 예외다. 글로벌 OTT는 콘텐츠 성공으로 인한 수익을 독점하고, 제작사는 약속된 금액만 받는다. 콘텐츠 저작권(IP) 소유권이 OTT에 있어 제작사는 추가이익도 얻을 수 없다. 재주는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OTT가 챙기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2일 K-콘텐츠 지속가능성,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미디어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자·토론자들은 방송콘텐츠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국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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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로 나선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제작사가 IP 자체를 글로벌 OTT에 넘기게 되면 콘텐츠산업 자체가 특정 OTT에 종속되고, 콘텐츠 외주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창작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찬구 위원은 제작사의 IP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IP 포괄적 양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양도계약 체결 시 2년 내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추가보상청구권 도입도 필요하다. 저작권 양도에 따른 보상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저작자가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저작자·저작인접권자가 OTT에 추가수익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토론자들 역시 제작사와 OTT의 수익 균형이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은 “방송콘텐츠를 OTT에 제공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의 70%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임 담당은 “원천 IP 확보를 위한 노력은 다 같이 해야 한다”며 “최근 좀비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소구력이 있었는데, 한국형 스토리를 더한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공모전을 활성화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임석봉 담당은 “그동안 방송사나 제작자가 (TV에 송출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OTT 전용 콘텐츠는 세제지원을 못 받는다”며 “세제지원이 된다면 제작사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접 산업까지 후방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담당은 “세제지원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며 “JTBC의 경우 지난해 콘텐츠 투자비로 2500억 원을 사용했는데 지원받은 돈은 1억 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K-콘텐츠의 저력을 알린 오징어게임·파친코도 우리 IP로 확보되지 못했다"며 "글로벌 OTT의 IP 독점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 추가보상청구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국내 OTT 역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고려해 국내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인숙 교수는 영화발전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 등 미디어 관련 정부기금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교수는 OTT·포털·통신·유료방송 사업자에게 기금을 걷어 ‘K-콘텐츠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민간의 자본이 없다면 정부 차원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OTT 사업자에게 영화 관련 기금을 거두고 있다.

이밖에 정인숙 교수는 콘텐츠 시장의 노동환경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OTT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작 현장의 노동여건을 선진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제작사가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 협력하고,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OTT가 제작사에 콘텐츠 제작을 맡길 때 스태프와 공정한 계약을 맺었는지 확인하는 등 사전·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2일 개최한 '미디어 리더스 포럼' (사진=미디어미래연구소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2일 개최한 '미디어 리더스 포럼' (사진=미디어미래연구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문연 서울드라마어워즈 운영위원장은 IP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영화 브로커는 일본인 감독이 기획하고 연출했지만 캐스팅·투자·배급은 한국에서 이뤄졌다”며 “이를 가지고 일본이 ‘왜 일본인 감독이 한국과 영화를 제작하느냐’고 본다면 서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한국적 잠재력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해법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문연 위원장은 “(IP) 유출 걱정 때문에 규제안을 세우기보다는 국경없는 다양한 협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경없는 콘텐츠 정책을 통해 ‘윈윈 한류’를 추구해야 한다. IP 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이나 입법보다 연구가 먼저”라고 밝혔다.

임정수 서울여대 교수는 콘텐츠 제작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콘텐츠) 투자를 한다는 건 리스크를 같이 떠안는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관계에서 뭔가 빼앗기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국내에서 콘텐츠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역량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임 교수는 “콘텐츠 산업 육성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중대하다는 정책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업계에서도 이런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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