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2월 1일 시행을 예고했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대한 기준(트래픽 관리 기준)’의 제정을 보류하고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망중립성포럼 등 이용자 단체의 반발에 따른 조치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방통위는 시장질서가 자율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기다리면 식물위원회라는 비판을 받고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면 반발이 있는 회색지대에 있다”면서 “12월 1일 시행인데 며칠 남기지 않았는데 (도입을 결정하면)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정책 목표가 훌륭했어도 시장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충식 부위원장은 “반대하고 저항하는 측의 의견을 심도 있게 듣고 납득을 시켜 추가 보완할 것은 보안하고 다시 보고를 받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계철 위원장은 “많이 완화하고 조정이 돼 시행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지만 여전히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 이번에는 보류하고 다른 의견을 충분 듣고 잘 설득하기를 바란다”며 트래픽 관리 기준안의 ‘보류’를 선언했다.

이날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7월 13일 공개된 방통위 트래픽 관리 기준안 보다 느슨한 기준을 보고했다.

지난 7월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망사업자가 유선망의 ‘P2P(PC to PC, 웹 하드나 토렌트와 같은 개인 파일공유 시스템) 서비스’, 무선망의 ‘P2P 이외에 대용량 트래픽을 제한 행위’를 허용했다. 또 이 기준안은 망사업자가 ‘불필요한 망 혼잡을 유발하거나 기술 특성상 망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대해 국내외 표준화기구가 정한 표준 준수를 권고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콘텐츠’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다른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소수 다량 이용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 보고된 새 관리 기준안은 망사업자의 보안성, 안정성을 위한 트래픽 관리와 이용자의 동의를 받은 관리, 소수의 초과대 트래픽 유발 이용자의 트래픽 관리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p2p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 관리와 표준 기술 권고 등을 불허했다. 또 이용자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망사업자의 트래픽 관리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날 방통위는 의결이 보류된 통신망 관리 투명성 기준의 재논의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방통위 트래픽 관리 기준 제정을 앞두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최재천 의원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방위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방통위는 트래픽관리 기준과 관련한 그간 논의에 대해 일반 이용자에게는 물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도 전혀 공개한 바도 없다”며 “대선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해당 기준을 만드는 것이 행정부가 마땅히 지켜야할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승희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플랫폼인 인터넷의 운명을 방통위의 몇몇 실무자가 결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해당 안건을 처리한다면 방통위는 그 결과에 대해 심각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과 최재천 의원은 “주요 대선후보들이 망중립성 원칙지지, 무선인터넷전화(mVoIP)서비스 차단반대를 공약으로 채택했다”며 “(방통위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를 제정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트래픽 가이드라인의 규정 대부분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도 못했고 내용상으로도 이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며 “만일 방통위가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트래픽관리기준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망중립성 원칙을 입법화하여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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