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박2일은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방송이었습니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뮤지션들이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기대대로 데뷔 20년차 뮤지션들의 망가지는 모습이 정말이지 그동안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a신선한 웃음을 선사해주었고, 또한 뮤지션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방송 '음악의 신'에서 가장 돋보였던 출연자는 윤종신이었습니다. 물론 윤종신의 경우 '패밀리가 떴다' 등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에 예능에 익숙하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아직 예능에 익숙지 않은 유희열과 윤상의 예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덕분에 이들 역시 조금 더 빨리 1박2일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유희열의 경우 '감성변태'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의외의 모습으로 새로운 예능스타의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아마도 야외 녹화가 처음이고 힘든 1박2일의 촬영스타일에 완벽하게 적응하진 못한 듯했습니다.

이렇게 유희열과 윤상이 1박2일에 서서히 적응하며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선보일 준비를 할 때, 윤종신은 이미 오프닝을 찍는 순간부터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습니다. 그는 오프닝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예능인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 "오늘 음악은 유희열이 맡고, 본격적인 웃음은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웃음"을 말할 때의 특유의 제스처는 1박2일 멤버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고, 이렇게 스스로 먼저 망가져주니 조금은 서먹한 사이임에도 1박2일 멤버들과 쉽게 융화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냈습니다. 윤종신은 먼저 등장해 조금은 긴장해있는 유희열을 놀리며 유희열의 긴장감을 풀어주었고, 이에 서로의 신체를 가지고 놀리다 유희열은 윤종신에게 알밴 시샤모같다고 말했고, 윤종신은 이런 유희열의 말을 받아치며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윤종신의 예능감이 드러난 다른 부분은 라면이 걸렸던 제기차기에서였습니다. 사실 윤종신에게서 수준 높은 제기차기를 기대하는 출연자와 시청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운동신경이 없어 허약(?)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종신은 이번 제기차기에 유독 자신감을 보이며 겉옷을 탈의한 채 한참동안 제기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제기차기의 고수인 듯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종신은 "진짜 역전다운 역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제기차기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야심차게 시작했고 제작진은 이 부분을 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윤종신은 단 1개를 차고 말았고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뻔뻔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만의 예능캐릭터를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또한 윤종신은 함께 출연한 유희열, 윤상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시대를 이끌었던 뮤지션이며, 서로 음악적 교류도 활발했던 친분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윤종신은 윤상과 유희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며 윤상과 유희열을 서포트했습니다. 센스가 좋은 유희열에게는 유희열이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말로서 유희열을 돋보이게 하였고, 그에 비해 말솜씨와 예능감이 떨어지는 윤상에게는 일부러 망가지게 하는 상황을 연출하며 예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런 윤종신의 노력에 윤상은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더 편안한 모습을 보이며 1박2일에 녹아들었고 다음 주 윤상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종신은 1박2일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을 남겼습니다. 1박2일 멤버들은 가사도에 입도해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던 중 아름다운 해변을 발견했습니다. 1박2일엔 '물=입수'라는 공식이 있듯이 내려서 입수를 하자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윤상과 유희열은 입수에 반대하며 난색을 표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윤종신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윤종신은 1박2일 멤버들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입수를 하자며 힘을 보탰습니다. 자신은 이런 거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자신은 입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은 입수자를 정하는 닭싸움에서 어이없는 패배를 하였고, 이후 이수근과의 씨름대결에서 패해 난생 처음 입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윤종신은 입수를 하기위해 옷을 벗기 시작했고 이 와중에도 발열내복을 자랑하며 깨알 같은 예능감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윤종신이 입수를 하는 순간 1박2일 멤버들을 비롯해 윤상과 유희열은 정말이지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습니다. 윤종신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마치 열탕에 처음 들어가는 어린아이처럼 다소곳하게 입수를 했고, 이런 모습은 정말이지 1박2일의 수많은 입수장면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정말 눈물이 날만큼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윤종신의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윤종신이 처음 예능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를 좋지 않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많았습니다.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은 주위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예능은 예능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흔히 어떤 일을 열심히 10년간 하면 '장인'이라고 합니다. 이 말로 따지자면 윤종신은 이미 음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예능이라는 분야에서도 장인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앞으로 뮤지션으로서 뿐만 아니라 예능인 윤종신의 활약도 더욱 기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윤종신이 뮤지션으로 또 예능인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공감, 소통할 수 있는 연예가 통신 http://acoustic42.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