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 전세자금 불법증여 의혹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물타기 보도'를 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MBC<뉴스데스크>는 "특검팀은 김윤옥 여사의 측근인 설 모 씨가 아파트 전세 계약 무렵 수천만 원을 시형 씨 측에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MBC 법조 출입기자들이 단독 취해한 것으로 이른바 '특종'인 셈이다. 하지만 MBC는 특종을 해놓고도 특종 또는 단독취재라고 보도하지 않았다. 또 시형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에게 빌린 6억 원의 출처 등 다른 의혹과 같이 보도해 ‘물타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쳐

MBC노조 민주언론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16일 보고서에서 "단독 취재한 내용이 다른 팩트들과 뒤섞여 짧게 나갔다"면서 "특종 기사의 파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뉴스를 편집해도 모자랄 판에, 파장을 줄이는데 급급했던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수사 기간 연장을 두고 청와대와 특검이 충돌한 핵심 이유가 대통령 아들의 전세자금 문제 때문이었다"며 "MBC 법조 출입 기자들이 이 사실을 보도 며칠 전 미리 오정환 사회1부장에게 보고했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하지만 오 부장은 '남은 의혹들'이라는 제목으로 특종인 '전세자금 의혹'과 다른 기자들도 다 쓸 수 있는 내곡동 사저 자금 출처 의혹'을 묶어서 쓰라고 지시했다"면서 "청와대 반론도 포함해 보도분량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부장이 기사의 어휘와 표현도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기사는 "전세자금 6억 4천만 원이 청와대에서 나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였지만 "전세 6억 4천만 원에 계약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라고 변경됐다. 민실위는 "청와대라는 핵심 단어를 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시사인 홈페이지 화면 캡쳐. MBC가 이시형 씨 전세자금 관련 보도한 다음날인 15일 시사인은 이 내용을 심층 취재해 단독보도했다.

민실위는 "법조팀 기자들의 '특종'이 그저 그런 기사로 전락했다"면서 "어제(15일) 같은 내용을 타 언론이 보도했고, 누리꾼들의 칭송은 '타 언론'의 몫이 됐다"고 전했다. 시사인은 '<단독> 이시형 숨겨진 재산 또 있다' 보도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이 보도는 포털 다음에 올라온 이 기사는 현재까지(오후 1시 30분) 21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MBC<뉴스데스크>에서 법조팀의 특종이 홀대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MBC기자회는 비대위특보를 통해 "'내곡동 특검' 특종을 홀대했다"면서 "특종 포기인가, 눈치보기인가?"라고 비판했다.

MBC기자회는 "법조팀은 2-3일에 한 번 꼴로 특종을 건져 올렸다"면서 "처음엔 톱뉴스로 다뤄지던 것이 날이 갈수록 순서가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MBC기자회는 "법조팀은 스트레이트 취재 경쟁의 최일선"이라며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검찰 기자실은 물을 먹고 먹이는 치열한 전쟁이 매일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MBC기자회는 "이런 전쟁터에서 건져 올린 굵직한 특종을 뉴스 후반부로 홀대하는 이유는 취재 전쟁에 나설 뜻이 없거나, 권력 핵심이 민감해 할 뉴스를 적극적으로 편집할 의도가 없거나 둘 중 하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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