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정수장학회의 MBC, 부산일보 지분 매각 계획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놓고, "검찰의 부역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검찰은 MBC가 한겨레 기자를 고발한 지 10일만인 지난달 26일 전격적으로 정수장학회 건물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검찰 관계자가 정수장학회 건물의 CCTV 파일을 백업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스

지난달 13일 한겨레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등이 같은달 8일 만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팔아 부산, 경남지역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재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에 MBC는 지난달 16일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최성진 기자를 불러 최필립 이사장 등의 대화내용을 취재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한 데 이어 13일 오전 최성진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 소속 수사관 2명과 감식관 1명은 14일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아현동 최 기자의 집을 찾아와 영장을 제시하고 2시간 남짓 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최 기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지난해까지 썼던 휴대전화, 취재일정 등이 담긴 다이어리, 집에 보관 중인 노트북 하드디스크에서 추출한 취재파일의 일부, 휴대폰 사용설명서 등을 압수했다.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휴대폰 자체가 아니라 '피의자의 휴대폰 가운데 최필립과 이진숙, 이상옥의 회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기록할 수 있는 음성파일 및 음성메모' 만을 압수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과잉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13일 "법원이 제한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피의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취재기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휴대폰을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이른바 장물처분 회동을 보도한 게 통신비밀 침해라면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언론사 기자의 취재기록, 사적 통신기록이 담긴 기록들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가져가버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13일 성명을 통해 "검찰은 MBC 사측이 주장하는 '도청'이라는 지엽적인 빌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규정하고 이를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한겨레 기자의 소환과 압수수색 등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만 골몰한다면, 이는 선심성 사업을 통해 부산 경남의 지역여론을 돌려보려는 계획이 들통난 데 대한 검찰의 부역 수사이자 박근혜 후보에 대한 충성의 신호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줄서기를 보여주기 위한 검찰의 '분풀이'가 도를 지나쳤다"며 "새누리당을 대신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검찰의 청부수사를 최근 KBS 사장 선임과 MBC 사장 해임안 부결 그리고 박근혜식 신 보도지침에 이은 공정언론 말살책략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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