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종영하지 않은 드라마 ‘착한남자’ 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너무도 올바르게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확실한 메시지 하나를 제대로 남겨 놓고 있는 것 같지요. 그것은 사랑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메시지인데요.

작가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사랑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강마루(송중기)와 서은기(문채원), 한재희(박시연)를 통해서, 그들이 진짜 사랑을 알게 되면서 겪는 삶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지요. 주변 인물인 박준하를 통해서도 그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전달되기도 합니다.

서은기의 변호사이면서 그녀의 수족이기도 한 박준하가 서은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강마루는 그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 않고 그 주변에 머물러만 있냐고 말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서은기에게 접근했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왜 그녀 곁에 있는 것을 묵인하고 있냐면서 말입니다.

그 자리에서 박준하는 사랑에 대한 속성 중 가장 기본적이고도 고귀한 한 가지를 강마루에게 일깨워 줍니다. 왜 사랑을 하면 반드시 ‘자신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반문을 하면서 말이죠. 박준하는 이미 서은기를 오래 전부터 사랑하고 있었고,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그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었던 겁니다. 서은기에게 사랑의 감정을 그 어떤 형태로든 요구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사랑에 관한 세상의 모든 드라마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갈등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사랑에 대한 이 기본적인 속성을 모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인연들을 맺으면서, 그 속에서 이런 저런 아픔과 시련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드라마 ‘착한남자’ 역시 그 맥락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가장 극명하게 비교되는 두 주인공이 존재합니다. 바로 사랑을 하는 방법이 전혀 다른 서은기와 한재희이지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사람은 사랑의 속성을 뼛속까지 깊이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고, 한 사람은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정말 가여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요.

어제 방송된 ‘착한남자’ 15회에서 서은기가 한재희에게 사랑의 딜을 하는 장면은, 살짝 감동까지 느껴졌던 장면이었습니다. 기억을 잃긴 했지만 이제 서은기는 한재희가 얼마나 태산 그룹에 대한 탐욕이 넘쳐나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요. 자신을 비롯해서 강마루에게 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악행들의 의미를 간파하고 말았던 건데요.

거래라는 단어를 좋아라 하는 한재희에게 서은기는 그녀의 구미에 맞는 사랑의 딜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들의 사이에 놓여져 있는 강마루 한 사람을 두고 말이지요. 서은기는 한재희에게 그렇게 가지고 싶은 태산을 다 가져가라고, 대신 강마루는 편하게 놓아주라는 파격적인 딜을 하게 되는데요. 그 딜은 서은기에게 너무도 단호하고 두 번 생각할 여지가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사실 서은기에게 그것은 딜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재희에게 사랑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르쳐 준 순간이었죠. 사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한재희에게 사랑이 가지고 있는 진리 하나로 그녀의 뒤통수를 힘껏 내려친 장면이었습니다. 한 방 크게 얻어맞은 그 순간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한재희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서은기가 태산 그룹과 강마루를 놓고 한재희에게 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재희 역시 그 둘을 맞바꾸자는 것으로 받아들였구요. 서은기 역시 태산보다 강마루를 더 사랑하기에 더 사랑하는 것을 갖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재희를 더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서은기에게는 강마루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재희의 야욕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강마루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가 더 큰 이유였습니다.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명예, 부와 바꿀 만큼 남자에게 미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가슴 속에 일어난 것뿐이지요. 사랑의 속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또 그 속성에 자신을 맡긴 것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드라마 ‘착한남자’ 의 결말의 반전은 그 누구도 아닌 한재희가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은기에게 미쳤다고 소리를 질러가며 핏대를 세우던 한재희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말이지요. 지금 한재희는 사랑의 의미를 모르는 아둔함에 빠져 있지만,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 180도 변하게 될 가장 반전율이 높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재희에게 사랑은 소유입니다. 그녀는 시시때때로 강마루를 갖고 싶다고, 반드시 갖고 말겠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완전한 소유이며, 그것이 바로 한재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한재희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의미에 충실하고 있는 것일 텐데요.

그동안 강마루의 심상치 않은 질병, 한재희의 수족인 안민영의 질투, 한재희 오빠 한재식의 뒤통수 치기 등이 이 드라마의 반전이나 비극을 몰고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착한남자’ 의 결말이 비극이 될지, 해피엔딩이 될지에 대한 키는 한재희가 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가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지에 대한 여부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결말이 지어질 것 같아서 말이지요.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현실 속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과연 서은기의 세상 속에 있는지, 아니면 한재희의 세상 속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하나님께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라고 인간에게 분명히 말씀하고 계십니다. 종교를 떠나서라도 사랑은 한재희가 아닌 서은기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일 테죠. 아직도 사랑은 무조건 소유여야 한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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