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대운하 양심선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이태 박사가 지난 23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한반도 물 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른바 정부의 ‘4대강 정비 계획’이 운하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는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다”고 밝혀 정부의 ‘장밋빛 대운하’가 얼마나 근거없는 것인지도 드러냈다.

김이태 연구원의 글은 다음 아고라에 올라간 후 4시간 만에 조회수가 2만 건이 넘어갈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24일 한겨레와 경향신문만이 이와 관련한 기사를 각각 2건, 1건씩 실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26일에야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조선일보가 사설을 포함해 2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1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건기연 연구원 “대운하 반대 대응책 요구”/ 국토해양부 “어떤 경로로도 강요 안 해”>, <“4대江 정비계획 실체는 대운하 강행”>에서 김이태 연구원의 주장과 국토부 및 건기연의 ‘근거 없다’는 반박을 공방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동아·중아일보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6면 <“4대강 정비계획 실체는 결국 대운하”>에서 조선일보는 김이태 연구원의 글을 인용하며 대운하 반대운동이 확산되는 이유가 “‘선 4대강 정비-후 보완’으로의 정책 전환 역시 현 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준비해온 전술 변화에 불과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설 <요즘도 대운하 찬성 논리 개발하라고 들볶고 있나>에서는 정부가 대운하는 민자로 하겠다고 해놓고 “국고를 들여 4대강 정비를 먼저 하고 나중에 민자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다면 그건 민자로 해야 할 것을 세금 들여 하는 꼴”이고 “만일에 작은 규모로 준설했다가 나중에 큰 배가 다니게 강바닥을 또 파겠다고 덤벼들면 그건 이중으로 돈을 들이게 된다”며 “국가 프로젝트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26일에도 적극적으로 관련 보도를 했다.

한겨레는 8면<“운하 거짓말 드러났다” 파장 확산>에서 각계의 대운하 추진 중단 요구와 정부의 해명을 실었으며, 같은 면 <김 박사 수질 전문가…환경보존 신념 가져/건기연 쪽 “양심선언은 처벌대상 안돼”>에서는 김이태 연구원이 대운하 양심선언을 하게 된 계기와 다른 국책연구기관 등의 분위기를 전했다.

사설 <치수계획, 설마 했더니 역시 사기였구나>에서는 “발주처인 국토해양부는 서둘러 그의 고백을 또다른 괴담으로 매도하는 작업을 벌였다”며 “이미 국민적 쟁점이 된 대운하와 관련된 연구라면, 논의 과정과 내용은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치수 사업이 성공해 국민의 인식이 바뀌면 물길잇기(대운하)로 넘어가기로 한다면, 그것은 두길보기 차원에서 꼼수에 해당될 것”이지만 “물길잇기를 전체로 땅을 파고 둑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것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표방한다면, 그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대운하 꼼수’ 파문 확산>에 이어 3, 4면에 걸쳐 ‘대운하 눈속임’에 대해 다양한 보도를 내보냈다.

3면 <여론 묵살·땜질 해명…물밑서 밀어붙이기>에서는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이 “이제는 국가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 ‘4대강 유역 정비’라는 포장을 입혀 실질적인 대운하 건설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환경파괴 논란의 핵심이면서 건설비가 많이 드는 조령터널만 나중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일괄 추진에서 단계적 추진으로 전략을 바꾼 데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면 <‘4대강 치수’ 2006년 이미 97% 넘어>에서는 “4대 강의 하천정비 작업이 이미 2006년 97% 이상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가 대운하 대신 내건 ‘4대강 유역 정비’는 근거가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토부, 운하건설 전제로 조직 운영>에서도 “정부의 ‘대운하 밀어붙이기’ 산물”인 국토해양부의 임시조직 ‘운하사업준비단’에 대해 “운하건설을 전제로 꾸려진 조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미 내놓을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며 “운하사업준비단 활동의 투명성은 여전히 미약해 민간제안 사업의 검토 결과나 운하추진 방법 결정 등 정책 입안 과정마다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4면에서도 <“대운하는 이 정부의 철학일 뿐 전문가들은 타당성 공감 안해”>라는 제목으로 양심선언을 한 김이태 박사 인터뷰와 <“김 박사를 지키자” 지지운동 확산>을 내보냈다.

사설 <국책기관 연구원이 폭로한 ‘대운하 꼼수’>에서는 “김 연구원의 고백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정황은 역설적이게도 국토부의 밀실행정”이라며 “국토부는 이 정부 들어 운하와 관련한 준비를 꾸준히 하면서도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국토부 조직에는 지금도 ‘운하사업단’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공무원의 인사명령이 난 적도 없다”며 “이 모든 사항이 청와대에 사전 사후 보고되었을텐데 이러고도 밀실추진, 꼼수 추진이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미국 퍼주기’식의 쇠고기 협상을 졸속 추진해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만약 정부가 ‘대운하 건설’까지 꼼수를 부려 강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26일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9.2%가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2/3가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민간기업들 역시 사업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름만 바꾸고 ‘밀실 추진’을 강행한다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이 날 것이다.

조선일보가 중앙·동아와 달리 대운하 강행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경향’을 내비친 것은 ‘쇠고기 정국’을 통해 일종의 ‘학습’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이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식 국정운영에 박수만 치고 있다가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바란다.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다면 이명박 정부를 위해서라도 대운하 추진을 막는데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다하길 진심으로 충고한다.

김이태 박사의 용기있는 고백에 박수를 보낸다.

2008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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