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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야말로 ‘소통’하고 싶다[논평]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스 | 승인 2008.05.27 17:28

 - 법원의 포털사이트 대선기사 댓글 게재 네티즌에 대한 유죄선고 관련 논평 -  

법원이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판결을 연이어 선고했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박홍우 부장판사)는 포털사이트의 대선후보 관련 기사에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은행원 손모씨에 대해 “단순한 의견표명을 넘어 ‘고의’가 인정된다”며 1심의 무죄판결을 깨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또 서울고법 형사 6부(박형남 부장판사)도 이명박 후보에 반대하는 내용의 댓글을 인터넷 카페에 30여 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모씨에게 손씨와 비슷한 이유를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네티즌들에게 적용한 공직선거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우리 헌법 21조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 그리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유이며 침해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국민의 헌법적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93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행위’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의도가 있는 의견 개진’과 ‘단순한 의견개진’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독소조항이다.

더구나 1심재판부는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이 등장해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우리 헌법정신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이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임이 명백하고 횟수도 17차례나 돼 고의로 댓글을 단 점이 인정된다”, “자신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우리는 서울고법에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유죄를 선고한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표현방식과 적정한 댓글의 수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혹시 재판부는 ‘광우병 정국’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포털 댓글 삭제 요청’, ‘<PD수첩>에 대한 소송 위협’, ‘공영방송 장악 시도’ 등 8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울고 갈 정도의 언론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까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시류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걸핏하면 ‘국민과의 소통’을 말한다. 국민과 ‘소통’하려면 국민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소통’을 주장하고 실제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입을 다물게 하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은 기만이다.

이명박 시대, 답답한 국민은 정말 ‘소통’하고 싶다. 

2008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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