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K팝스타 준우승자였던 이하이가 어제 자신의 데뷔 싱글곡 ‘1234’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음원이 나온 동시에 현재 거의 대부분의 음원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지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닌 듯합니다. 그동안 이하이의 데뷔 앨범을 기다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듯했으니까요.

그녀가 음원을 공개한 이후 각종 언론을 비롯한 네티즌들의 반응들이 너무도 뜨겁고 다양한 것을 보면서, 이하이가 첫 번째로 부르게 될 싱글에 대해 대중이 얼마나 관심이 많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K팝스타 수상자들의 데뷔, 아니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통해 솔로로 데뷔한 가수들을 통틀어 가장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인물이 바로 이하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지요.

대중과 음악 평론가, 언론들의 반응들은 천차만별입니다. 이하이의 첫 번째 싱글곡 ‘1234’는 걸그룹 스타일의 음악을 기대했던 10대들에게는 재미없다는 한마디로 폄하될 수밖에 없는 노래였고,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이미지와 분위기가 아닌 전혀 다른 파격을 기다렸던 이들에게는 실망하기 이를 데 없는 음악에 불과했죠. 벌써부터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그녀의 변함없는 어색한 제스처와 표정이 도마 위에 올라 ‘2% 부족’이라는 오점을 남긴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YG엔터테인먼트 © News1
반면 그녀의 데뷔를 격하게 환영하면서 ‘1234’라는 곡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내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레트로 소울이라는 장르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는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도 이하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소울이라는 음악 장르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끈적한 그루브를 없애고,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리듬을 입힌 것이 꽤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음악 자체를 좀 파고들면, 흠잡을 데보다는 칭찬할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일단 이하이의 음색을 100% 잘 살려냈다는 점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더군요. 사실 그녀의 싱글이 나오기 전, 에픽하이의 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춥다’라는 곡을 피쳐링했을 때만 해도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죠. 뭔가 이하이가 가진 본연의 음색이 사라진 듯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녀의 데뷔곡에서는 이하이 본연의 목소리가 만족스러우리 만큼 충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녀의 애드립이나 소울 감각을 갖고 노는 듯한 실력이 노래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게 되었죠. K팝스타 무대를 통해 대중을 흥분시켰던 바로 그 감성을 더욱 더 키워낸 후에 돌아온 그녀인 듯했는데요.

사람마다 음악적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녀의 음악을 무조건 수작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레트로 소울이라는 장르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일 수도 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그리 대중적으로 혹할 만한 노래 분위기는 아니라는 의견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 ‘한국의 아델’이라는 타이틀이 이제 누구에게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지요. 19살의 나이로 데뷔해서 ‘19’라는 데뷔앨범과 ‘21’이라는 두 번째 앨범, 그리고 그 앨범들 속에서 나온 여러 싱글들 모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1년이 넘도록 상위권에 랭크를 시킨 경이적인 영국 가수 아델! 그 아델의 한국판이 과연 누구를 일컫는 말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아델’이라는 호칭은 온전히 K팝스타 우승자 박지민의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아델’이 그녀의 별명이 된 결정타는 그녀가 K팝스타 오디션 중에 아델의 노래 ‘Rolling in the deep’을 부른 장면이 미국 CNN 뉴스에 방송된 것 때문이었죠. 15살이라는 어린 나이,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라고 소개가 되면서 우승자가 되기도 전에 그녀는 일약 스타가 되고 마는데요.

거기에 최종 우승자로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면서 ‘한국의 아델’이라는 타이틀의 확실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 앨범 하나로 전 세계 음악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아델의 아우라가 박지민의 데뷔를 통해 묻어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솔로가 아닌 듀엣으로, 그것도 트렌드를 완전히 벗어난 진부한 팝발라드 곡으로 데뷔를 하면서 완전히 궤도를 이탈한 듯한 오류를 보여주는 데 그치고 마는데요.

▲ 이하이. (YG라이프 블로그) © News1
어제 데뷔를 한 이하이를 보면서 이제 ‘한국의 아델’이라는 이름을 굳이 누군가에게 붙여야 한다면, 그 별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하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녀에게 이런 수식어가 훨씬 더 어울린다는 판단이 서게 되고 말았죠. 단지 그녀의 첫 번째 싱글곡 ‘1234’가 발매되었을 뿐인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박지민에게 ‘한국의 아델’이라고 불렀던 것은, 비단 그녀가 부른 ‘Rolling in the deep’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어린 나이에 아델이 지녔던 음악적 재능과 감성을 추후에라도 기대를 해 볼만 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장아장 아기 같은 수준의 음악으로 어필하려다 쓰디쓴 잔을 마시게 되었고, 오히려 이하이가 ‘1234’라는 노래 한 곡으로 그녀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된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퍼포먼스가 뛰어난 여가수에게 ‘한국의 마돈나’라는 칭호가 붙었었던 것처럼, ‘한국의 아델’ 역시 어린 나이에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미래의 대박 솔로 여가수를 비유한 칭호라 할 수 있습니다. 가는 방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그녀의 노래를 몇 소절 훌륭히 소화해 냈다고 붙여질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아델’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이하이가 맞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깊이 있는 음악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전히 꾸미는 데 성공한 이하이야말로 아델과의 싱크로율이 꽤 맞아 떨어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박지민에게서 빼앗아 버린 ‘한국의 아델’이라는 이름! 그녀의 데뷔곡 ‘1234’로 이제 이하이의 것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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