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런닝맨 ‘수수께끼 레이스’ 역시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듯했습니다. 기존 멤버들과 게스트의 어울림은 적절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스릴은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만족스러움을 안겨주었지요. 수지와 유빈, 송창의, 지성, 지진희로 구성된 게스트 조합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을 보이면서 재미의 발란스를 잘 맞추어 나가는 듯했습니다.

수지와 유빈의 활약이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 블링블링하고 깜찍한 걸그룹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런닝맨에 출연한 유빈과 수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죠. 하지만 잔꾀를 부리거나 건성으로 임하는 자세 역시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열심히 참여하긴 했지만 주목을 받을 만한 강력한 한 방이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한 번 런닝맨을 찾았던 지진희는 이번에도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흐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죠. 예능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는 마인드가 그에게서 그런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했어요. 송창의, 지성도 함께 출연했지만, 두 번째 방문한 그의 노련한 예능 감각을 따라잡지는 못한 듯했습니다.

사실 이번 주 런닝맨은 게스트들보다는 기존 멤버들이 제 몫을 단단히 한 경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광수와 지석진의 몸개그는 이번에도 대박 웃음을 터뜨리는 데 일조했고, 능력자 김종국의 뜀박질도 어김없이 프로그램에 역동감을 더했지요. 한때 예능 하차라는 잡음을 일으켰던 개리는 그 일이 있은 후로 더욱 더 존재감을 굳건하게 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운동 신경과 더불어 허탈 개그와 송지효와의 기가 막힌 상황극까지… 그가 하차하면 어쩔 뻔 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개리인 듯하지요.

송지효의 적극적인 참여는 언제나 그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에이스라는 별명이 붙게 된 건 그만큼 그동안 그녀의 활약이 얼마나 눈부시게 뛰어났었나를 증명하는 셈이기도 해요. 비록 이번 주에는 자신이 속한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그녀의 환한 미소 하나, 멤버들과의 하이파이브 하나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뛰고 달리는 힘든 촬영에 유일한 여자 멤버라는 점이 그녀에게 호감가게 만드는 어드밴티지가 되긴 했지만, 이제 그녀의 역할은 그 이상인 런닝맨 전체의 분위기 메이커가 된 듯합니다.

현재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런닝맨을 두고, 이제 와서 멤버들의 캐릭터를 평가하고 그들의 수고를 칭찬한다는 것이 뜬금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각각의 멤버들은 자신들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만들어 놨고, 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서로간의 긴밀한 유대감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말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주 런닝맨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수장인 유재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가 MC로서, 개그맨으로서, 멀티테이너로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칭찬은, 이제 지겹고 지루한 얘기가 될 거에요. 그가 서 있는 ‘최고’라는 이름의 자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설사 개인적으로 그의 예능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유재석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보자는 심사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부분을 또 다시 끄집어 낯간지러운 얘기를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유재석을 훌륭하다고 말하는 자리에 어느 순간부터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빠져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이번 주 ‘수수께끼 레이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일깨워진 부분이기도 했거든요.

이번 주 런닝맨의 마지막 승부를 가리는 게임은 이제는 게임 축에도 들지 못하는 단순한 가위바이위보였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자가 속해 있는 팀이 승리를 하게 된 것이었죠. 유재석이 속해있는 팀은 유재석을 포함해 4명이 참여를 할 수 있었고, 다른 두 팀은 각각 2명, 3명이 게임을 할 수 있었어요. 이 게임에서 유재석은 첫 번째 주자로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어이없게 참 맥 빠지는 승부로 끝이 나버리고 맙니다. 유재석 혼자서 상대팀들 모두를 이겨버리고 말거든요. 그것도 가위 하나만 연이어 내는 것으로 말이죠. 어떻게 보면 운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승부이기도 했고, 어쩌면 조작이나 편집을 한 것이라는 딴지에 놀아날 수도 있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모습이야말로 유재석의 진가이며,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 준 기반이 아닌가라는 생각 말입니다.

대부분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기술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냥 운 좋게 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지요. 거기다 이 게임은 예능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치고는 너무 허접하기만 합니다. 수많은 게임과 수많은 수수께끼를 만나본 유재석에게는 가볍고 단순하며 식상한 게임에 불과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할 정도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여줍니다. 그에겐 손을 내미는 매순간이 극적이었고, 끝까지 성실하게 파고드는 마인드를 놓지 않았죠.

사람들은 유재석의 진면목을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성품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그가 자신이 임하는 프로그램에 들이는 진정성 가득한 수고보다는, 그가 누구를 돕고 기부를 하며 많은 선행을 베푸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의 예능 스타일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배려와 편안함에 기반을 두고, 또 그것이 그가 가진 가장 큰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의 성품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며, 그의 예능 스타일의 기본에 배려가 담겨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진가는 거기에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목에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르고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뜀박질 하는 수고는 물론이거니와, 아주 작은 게임 하나에까지 절대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진정성이 담긴 성실함! 이것이야말로 그를 최고로 이끈, 그리고 가장 먼저 칭찬을 받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진정성이라는 말은 강호동이 가장 잘 쓰던 말 중에 하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의 주인인 그는 잠시 뒤로 물러나 있고,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유재석이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중인 듯하죠. 행동으로 말하는 유재석이기에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런닝맨은 정말 그의 진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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