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연예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연예계 각 분야에서 최고를 뽑는 시상식들이 행해지면서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게 되지요. 새로운 해가 다가오기 전에 한 해를 빛낸 최고의 배우, 최고의 가수, 최고의 개그맨, 최고의 MC 등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영광을 누리게 되는데요.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아있는 가운데, 스타들을 위한 그 첫 번째 시상식이 지난 25일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벌써 5회째를 맞는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SIA입니다. 한 해 동안 대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연예인들 중에서 대중이 따라 하고 싶은 스타일을 창조해 낸 이들을 선정하여 수상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바로 SIA라는 시상식이지요. 올해도 굵직한 케이블 방송이 총동원되어 이들의 수상을 카메라에 담아냈는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상식이기도 합니다. 수상을 하는 분야 자체가 스타일이라는 점이 상당히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셀레브리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도 SIA에 관심이 가져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웬만한 영화제나 가수 시상식들보다 훨씬 화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상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처음 SIA라는 시상식이 개최되던 5년 전만 해도,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라는 이름은 무척이나 생소하고 낯선 무대이기만 했습니다. 뛰어난 패션 감각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연예인들에게 굳이 상을 주면서까지 칭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죠. 노래를 잘하는 가수에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만큼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던 때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지금은 SIA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꽤 많이 바뀌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상식에 대한 규모 자체가 그리 비대해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대중의 관심과 시선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폭되고 있는 듯하지요. 그만큼 대중이 생각하는 연예인들의 패션이나 스타일이 단순한 겉치레와 치장이 아닌, 사회의 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사람들의 사고와 라이프스타일까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 되기도 할 거에요.

이제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대중에게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연예인들의 전유물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일반인들, 대중 역시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해 내고, 본인만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런 것들로 인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해 나가려는 성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지요. 패션 혹은 스타일을 단순한 치장 놀음으로 생각해 왔던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텐데요.

날로 높아져가는 관심 속에서 개최된 제 5회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장동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상 결과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한민국에 장동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은 없을 법한데, 천하의 조각미남도 4년을 넘기고 이제서야 상을 받게 되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지요.

잘생긴 훈남훈녀 연예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들에게 상을 안겨주는 시상식이 아니긴 합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해에 특별한 작품 활동이나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경우라면 더더욱 수상을 하기는 힘들죠. 이번에 장동건이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 역시 그가 출연한 ‘신사의 품격’의 성공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한데요.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대상의 자리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의 대상 수상자보다도 어울리는 듯 했습니다. 훤칠한 키와 언제 봐도 완벽해 보이는 그의 비주얼 때문인지, 올해의 대상이 유난히 화려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듯했죠. 이제서야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트로피가 진짜 주인에게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갖게 했는데요.

올해 대상으로 장동건이 선정된 것은, 드라마의 성공으로 봐도 그렇고 그의 탁월한 스타일과 비주얼을 봐도 그렇고 반드시 그럴 만했다는 당위성,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올해 10대 스타일 아이콘 수상자들의 명단을 보게 되면, 장동건의 대상이 꼭 그의 몫이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의문이 들기도 하거든요.

올해 대상 후보였던 10대 스타일 아이콘 수상자들은 임수정, 서인국, 정은지, 수지, 유준상, 송중기, 싸이, 하정우, 씨스타, 슈퍼주니어였습니다. 이들 모두 올 한해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그들의 스타일 또한 최고라 할 만큼 감각적이었죠. 특히나 그들의 나이가 20-30대로서 패션과 스타일에 가장 민감한 20대와 30대 대중과 교감을 하면서 트렌드세터로서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대상은 정작 40대를 훌쩍 넘긴 중년의 신사 장동건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20대처럼 블링블링하지도 않고, 30대처럼 활기 넘치는 젊음에서 나오는 섹시함을 자랑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는데도 이번 SIA의 최고 영예는 장동건이 받게 되지요. 과연 그 찬란해 보이기까지 한 20-30대의 패셔니스타들과 트렌드세터들을 제치고 그가 대상을 받게 된 힘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아마도 그건 SIA이 정의하는 스타일이 세월의 거침도 있어야 하고, 그동안 다져진 이미지와 분위기,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캐리어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잠깐 동안 화려하게 빛나는 광채에, 어느 순간 눈을 현혹하게 만드는 독특한 비주얼에는 그 큰 상을 바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장동건이 대상을 받은 이유는 그가 잘생기고, 옷을 잘 입으며, 멋진 제스처로 자신의 스타일을 뽐냈기 때문이 아닐 겁니다. SIA에서 그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그의 비주얼만이 아니라, 그동안 그가 작품에서 땀을 흘린 수고와, 그로 인해 만들어진 그만의 스타일을 칭찬하기 위함이었을 테죠. 20-30대 스타들이 아무리 원해도 지금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시간을 통한 완성도가 그에게는 존재했던 건데요.

연속으로 4년 동안 20-30대가 아닌 40대 중년 스타들이 대상을 받은 것만 봐도 진짜 스타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결정이 되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2회 수상자 김혜수, 3회 수상자 이병헌, 4회 수상자 차승원 그리고 이번 5회의 대상인 장동건까지. 스타일이라는 것! 그저 유행을 일으키고 사라져 버리고 마는 그저 가벼운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 주는 그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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