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메이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재희의 결혼 소식이 놀라웠던 건 사실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배우가 실제로는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다더라 하는 소식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는 쉽게 지나칠 만한 뉴스거리가 아니지요. 그 배우가 대중의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는 터라면 더더욱 흘려버릴 수 없는 기사거리입니다.

어제 한 인터넷 매체에서 모여성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빌어 미혼으로 알려진 재희가 결혼 생활 중이고 혼인 신고를 못했지만 ‘사실혼’으로 아들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습니다. 이 기사가 시작이 되어 어제 하루 종일 재희와 관련된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죠.

인터넷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들은 재희의 결혼 사실 여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그저 소문인지, 아니면 진짜 사실인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기사를 내보내기가 수월해질 테니까요. 그리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던 재희는 그의 결혼 사실 유무에 관한 이슈 하나 때문에 졸지에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르게 되고 말았는데요.

언론 매체들의 집요한 보도 내용 때문인지, 재희의 해당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됩니다.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 기사가 인터넷을 휩쓴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루어진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해명’ 이라는 단어가 붙어버립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한 연예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에나 나올 법한 단어인 그 ‘해명’ 이라는 단어 말입니다.

재희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비라기보다는 비공개 결혼이다. 당당하게 혼인 신고를 했고 아이에 대한 출생 신고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떳떳하지 못할 것이 없는 사이이고 힘들 때 의지가 되어 준 사람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굳이 숨기려 했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일반인이라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하면서 비공개 결혼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재희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공식 발표이었습니다. 연예인이지만 사생활을 굳이 언론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의 입장이었고, 또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분명히 나타낸 언급이었죠. 하지만 여기에는 ‘해명’이라는 분위기가 존재했습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것에 대해 변명을 해야만 하는 그런 분위기 말입니다.

재희와 그의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여야만 했습니다. 결혼을 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연예계에 큰 물의를 일으킨 것이라도 되는 듯 떠들어대는 분위기에 잠시 위축되어 가는 듯했죠. 뭔가가 수상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집요함은 재희와 그의 소속사가 말을 떼기 참으로 어렵도록 만들어 버리고 말았는데요.

사실 재희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몇몇 언론은 여전히 그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듯했습니다. 그의 결혼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어떤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눈빛으로 그를 대하는 듯했지요. 몇 개의 기사들을 통해서도 그 불편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미혼의 남자 배우가 알고 보니 결혼을 했다’는 사실 하나는 언론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추측으로 보도할 수 있는 보기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그 사실을 토대로 ‘왜 결혼을 극비로 숨겨야 했을까?’, ‘왜 지금까지 미혼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을까?’ 라는 식의 끊임없는 의혹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사실 이것은 대한민국 연예계의 상당히 부끄러운 일면입니다. 결혼을 한 사실을 숨긴 것 하나에 이렇게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언론의 집요함이 참 어리석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에요. 단지 한 남자 배우가 자신의 사생활의 일부를 밝히지 않고 보호하려 했던 것뿐인데,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그에게 뜻 모를 사과를 하라며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에서처럼 쿨하게 넘어가지는 못할지라도, 뭐 하나 꼬투리를 잡은 양 ‘해명’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무언가를 요구하는 작태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저급한 언론 문화의 단상이라고 밖에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연예인 스스로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고개를 숙여 해명해야만 하는 이런 상황이 여간 불편할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 이런 언론의 못마땅한 시선을 부추기는 일부 네티즌들 역시 비난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굳이 사과를 할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 아닌가 라며 그들의 결혼 사실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지요. 하지만 네티즌들 중 일부는 재희의 기사들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악플을 달며 요상스러운 궤변으로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하더군요.

부끄러운 무언가가 있으니까 결혼 사실을 숨겼던 것이 아니겠냐는 비아냥,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니 당연히 대중 앞에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 등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사생활 부분에 대해서도 투명해야 하고, 또 그런 모습으로 보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억지를 부리면서 말이지요.

이런 일부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말 그 연예인들을 위함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 하나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잡아뜯고 물고 늘어지는 파헤침과 집요함만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재희가 예전부터 유명한 스타였다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언론은 진작에 그의 결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테죠. 조금 뜨려 하니 그제서야 몰려들어 눈을 흘기는 삐딱한 시선! 진짜 비난 받고 해명을 해야 할 이들은 따로 있는 듯합니다.


대중문화에 대한 통쾌한 쓴소리, 상쾌한 단소리 http://topicasia.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