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정숙하지만 밤이 되면 놀 줄 아는 여인' 양반의 신분을 숨긴 채 의녀생활을 하는 강지녕(이요원)에게 백광현(조승우)가 건넨 농담입니다. 역적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비의 비밀을 가슴에 묻고 생명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한 시대를 풍미할 주인공 백광현이건만, 그는 여느 사극처럼 자신의 삶 앞에 비장하기보다는 오히려 능글맞습니다. 관심 있는 처자 강지녕에겐 허풍도 떨고 지엄하신 공주 앞에서 급격하게 몸을 수그리기도 하는 등 지극히 통속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요.
마침 백광현도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하여 강지녕을 희롱하는데요. 강지녕에겐 가혹한 상처로 남아 있는 '백광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가진 사내는, 자신의 추억 속 뜨거운 약속을 해주던 멋진 소년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능글맞은 웃음으로 다가오는 이 사내의 추파에 짜증도 내고 무시도 하는 강지녕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반전이 있는 백광현의 세계로 조금씩 빠져들고 있습니다. 닭 한 마리, 개 한 마리, 양 한 마리 어느 생명 하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 그의 생명박애정신 앞에서 쌀쌀맞던 강지녕의 마음이 풀어지고 있지요.
물론 백광현도 강지녕을 통해 사람을 보게 됩니다. 강지녕이 진맥한 환자를 만져본 백광현은 그 순간의 기억이 강하게 뇌리에 남았습니다. '사람 심장은 이렇게 뛰었구나...' 마의로서 그동안 동물의 생명을 민감하게 느껴온 그가 비로소 사람의 생명에도 눈을 뜨게 된 계기인데요. 이제 동물과 사람의 생명이 더불어 위태롭게 맞물리는 역병의 현장이 백광현 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백광현의 뒤에는 강지녕이 따르고 있지요. 모질게 엇갈린 운명 속에서 서로의 약속을 소중이 간직하고 있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덧 다시금 강력하게 엮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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