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참으로 독특한 여배우군이 존재합니다. 필모그래피나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그룹이 아닌, 미모 하나만으로 톱배우 소리를 듣게 되는 그룹이 형성되어 있지요. 이렇게 애매한 그룹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들이 배우로서의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그들을 상품화시키는 데 기가 막힐 만큼의 실력을 갖춘 광고주와 기업들이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개런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연기를 보여주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아 톱배우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같고 영화 같은 CF 몇 편으로 이미지를 쌓고 매출에 따라 엄청난 개런티를 받으며 인정받는 상황 말입니다. 요상스럽게도 요즘엔 CF로 높은 개런티를 받는 여배우들을 톱배우 등급으로 올려놓고 추켜세우는 분위기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에는 언제나 이중적인 시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CF를 작품 활동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여배우들에게 배우로서의 자격 미달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미모에 대한 흠모와 동경으로 내심 그들을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요. 대중의 이런 묘한 심리 때문에 미모의 여배우 그룹은 톱배우라는 수식어를 동시에 거머쥐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송혜교라는 이름의 배우가 이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새삼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녀가 내년 초 드라마 복귀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였죠. 무려 5년 만의 드라마 컴백이라는 점에 살짝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출연을 결정한 드라마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라는 제목의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마지막 드라마였던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다시 한 번 노희경 작가와 손을 잡게 된 것이지요. 상대 남자 주인공은 조인성으로 결정됐다고 하는데요. 내년 초 방송 예정이지만 이 두 배우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고 나니 그녀가 꽤 오랜 시간 대중과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머물러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간히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활동을 펼친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활동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두문불출한 그녀의 연예 활동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대중에게는 거의 그런 셈이나 다름없었거든요.

그녀는 5년의 공백 같지 않은 공백 동안, 의도치 않게 그 애매한 톱배우 그룹에 속해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매개체는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환한 미소를 머금은 몇 개의 CF일 뿐이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CF마저도 줄어들고 있다는 변화를 감지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송혜교는 CF를 영화 삼아 살아가는 미모의 여배우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녀에게는 드라마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하지요.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작품으로 대박을 내고 그것을 무기로 CF 여왕이 된 케이스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잠시 훑어보기만 해도 데뷔 이후 ‘가을동화’, ‘호텔리어’, ‘올인’, ‘풀하우스’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명실상부 최고의 드라마 여왕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을 끝으로 TV에서는 종적을 감춰버리고 말았습니다. 빼어난 미모만큼이나 대중과의 친밀도가 그 어떤 여배우들보다도 높았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불친절한 여배우가 되고 만 것이죠. 대신 그녀는 놀라운 소식 하나를 전해주게 됩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현빈과 연인관계라는 특종을 선사한 것이지요.

이들의 공개연애는 참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 이들도 있었고, 누가 아깝다, 누가 손해다라는 식의 저울질로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반응들도 있었지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현빈보다는 송혜교를 향한 시선이 조금 더 삐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빈에 대한 호감도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는 듯했지만, 공개연애 이후로 송혜교는 호감도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 보이는 듯했죠.

대중의 반응은 이들의 결별 소식으로 더욱 명확해집니다. 똑같이 헤어짐이라는 아픔을 겪은 두 사람인데 따뜻한 위로는 온전히 현빈에게로 향하고 있는 듯했거든요. 당시 현빈은 ‘시크릿 가든’으로 대박을 내고 있던 상태였고, 송혜교는 주목받지 못한 영화 촬영으로 상반된 상황에 놓여 있었죠. 당연히 대중의 마음은 현빈에게 꽂힐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송혜교는 5년 동안 한 남자와 사랑을 했고 또 그 사람과 이별을 겪었으며, 그러는 동안 대중과의 관계는 소원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은 이별에 남자 배우는 해병대를 지원한 것만으로 열렬한 환호를 받게 되고, 여자 배우는 어딘가에 꽁꽁 숨어 익명의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죠.

연예인들의 공개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이미지에 커다란 데미지를 입게 되는 이는 여전히 여배우 쪽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그렇고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5년의 시간을 보낸 것을 봐도 단순한 그녀의 게으름 탓은 아닌 듯싶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한민국 여배우 3대 트로이카로 송혜교, 전지현, 김태희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친밀도와 호감도가 높았던 배우는 송혜교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그녀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모쪼록 이번 작품으로 5년 만에 기지개를 펴는 그녀의 날갯짓이 대중에게 온전히 향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여배우의 자리에 그녀의 이름이 올랐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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