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피투게더의 게스트는 김남주와 유준상이었습니다. 다른 회에 비해서 상당히 단출한 손님들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만이 앉아 있는 게스트 자리가 유난히 넓어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고 유쾌했으며 알찬 이야기들로 꽉 찬 시간인 듯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MC 유재석의 말대로 초특급 게스트다웠습니다. 거의 5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인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주인공들이었고, 그 둘이 보여준 예능감 역시 만점에 가까운 듯 했거든요. 드라마 시청률 45%를 넘으면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겠다는 공약을 온전히 지킨 김남주와 유준상인데요.

김남주의 찰진 토크와 유준상의 엉뚱한 매력이 살아난 시간이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에 얽힌 이야기와 김남주, 유준상 이 두 사람의 인연에 관련된 이야기, 또 그들의 자녀들에 대한 에피소드들 등으로 채워진 이번 주 해피투게더였죠. 역시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멋진 호흡을 보여주는 환상의 커플이더군요.

시월드라는 말을 다시 한번 유행시키고, 집안에서의 남편의 역할과 아내의 역할,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 시누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던 국민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입니다. 이미 종영했지만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가 남긴 여운은 여전히 우리의 생활 가운데 남아 있는 듯 하지요.

김남주 역시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작가가 정말 대본을 잘 썼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더군요. 특히 12살이 어린 시누이였던 방말숙에게 아가씨라는 존칭을 써가며 존대말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든 차윤희의 대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하는데요. 며느리는 아무리 나이가 어린 시누이라 할지라도 존칭을 써야 하고, 남편은 그저 처제, 처남이라는 호칭으로 끝나버리는 현실을 꼬집어낸 것이 무척이나 통쾌했다고 합니다.

김남주의 예능 프로그램 적응은 생각보다 뛰어난 듯했습니다. 그 어떤 토크 주제에 대해서도 전혀 막힘이 없이 시원한 입담을 구사하는 그녀였죠. 오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는데요. 아마도 미모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미쓰 여배우에서,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해야 하는 아줌마 여배우가 되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새로운 변화의 일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평소에도 꽤 호탕한 성격을 지닌 김남주인 듯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찍기 전부터 유준상과 김남주는 공채 탤런트 선후배 사이였다고 하죠. 나이가 두 살 어리지만 김남주가 4기, 유준상이 바로 그 밑 기수인 5기였다고 하는데요. 김남주는 드라마를 같이 찍기 전까지 유준상을 자신의 후배라고만 생각했고, 또 당연히 자신보다 어리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반말로 일관했고, 회식 자리에서도 군기를 잡는 등 선배 노릇을 톡톡히 했었던 김남주였습니다. 그리고 유준상은 자신이 나이가 많은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만 엿볼 뿐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었던 거구요. 그러다가 김남주는 이번에 같이 드라마를 찍게 되면서 서로의 나이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왠지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이 생기긴 했지만, 김남주는 먼저 유준상에게 다가가서 ‘우리 호칭 어떻게 정리할까요?’라며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상관없다고 말한 유준상의 반응에 ‘자기’라는 호칭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하죠. 유준상과의 호칭에 관해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남주인 듯했습니다.

유준상이 멘붕 상태가 되었을 때 짓는 표정을 따라 하면서 표정 개그를 선보이기도 하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보여준 유준상과의 ‘트러블 메이커’ 공연을 다시금 재연하기도 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예능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가 해피투게더에 임하는 자세는 분명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죠.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스트의 정석을 보여준 듯했는데요.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잠시 목소리톤이 낮아지는 듯 했습니다. 자신이 각시탈이라고 믿고 있는 유준상의 네 살배기 둘째 아들 이야기에 바통이 넘어간 김남주의 딸 자랑이었고, 언제나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겨주고 엉터리 피아노 연주를 전화로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딸 라희의 이야기였지요.

딸이 커서 연예인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김남주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긍정적으로 대답을 한 유준상과는 달리, 김남주는 이왕이면 다른 일을 하기를 바란다는 대답을 했는데요. 물론 스타가 되었을 때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겪어야 할 상처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이어서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들이 크면 좀 더 힘들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깁니다. 이 말은 자녀들이 연예인이 되고, 되지 않고를 떠나서 여기서 더 성장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었지요. 김남주는 아직까지도 자신을 향한 이런 저런 루머들과 가십거리들을 염두하고 있었던 듯 했습니다. 아이들이 더 커서 혹시 그런 소문들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죠.

김남주가 김승우와 결혼할 당시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나왔었고, 그 비난은 고스란히 김남주에게로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을 깬 장본인이라느니, 어느 정치인과 스캔들이 있다느니 하는 치졸한 소문에 가차 없이 당하고 만 그녀였죠. 그리고 그 소문의 잔재들은 여전히 그녀와 그녀의 가정을 때때로 괴롭히고 있는 듯한데요.

그 걱정이 김남주에게는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도 떨쳐지지가 않은 듯 했습니다. 자신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더 끔찍이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해피투게더에서도 엿보였죠. 어느 부모에게나 자식은 애틋하고 또 애틋하지만, 김남주에게 자식들은 더없이 소중한 이들이라는 것을 말하는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 톤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5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고, 드라마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며,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흥겨운 예능감을 선보이는 김남주였지만, 그녀의 상처는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되지는 못한 듯합니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긴 했지만, 정작 그녀에겐 그 웃음으로 포장한 상처가 마음속에 남아 있는 듯하네요. 하루 빨리 그 상처들을 훌훌 털어 버리고 아픔 하나 없는 웃음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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