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겨레>가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 측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이후 많은 언론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이는 ‘오보’였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들은 18일 오후 “삼성이 피해자 측과 대화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삼성전자 부사장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왜 그렇게 보도가 나왔는지"

▲ 지난 18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 참석한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같은 날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삼성의 대화 제안이 사실인지 여부를 물었다. 최우수 부사장은 “발병자의 소송대리인을 통해 대화할 수 있도록 일단 제안했었다”고 했다가 '올림과 피해자 측이 들은 바 없다' 지적에 “발병자 분들과 지금 소송 중인 분들과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은…근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어려워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심상정 의원이 “보조소송인 참가하는 것을 철수하겠느냐”고 묻자 최우수 부사장은 “아직 그렇게까지 이야기한 적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심상정 의원이 “보도에는 마치 가족들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보조소송인으로부터 철수하는 것처럼 나왔다. 오늘 국감 대비해 물타기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최우수 부사장은 “그런 건 아니다. 왜 그렇게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다만 소송 대리인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제안한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반올림 "삼성 대화 제안 관련 오보한겨레 기자답지 못했다"

19일 반올림 공유정옥 연구원은 SBS <김소원의 SBS 전망대>에서 “직접 대화 제안을 받은 적 없다. 뉴스와 기사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왜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공유정옥 연구원은 “백혈병 산재인정 소송과 관련해 삼성 쪽에서 조정을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반올림 측 변호사를 통해 물어 상의한 적은 있다”며 “(조정 진행하자고 이야기한 것을) ‘열어놓고 대화하겠다’ 라고 하는 것 같이 혼선이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공유정옥 연구원은 “(삼성이) 진정으로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소송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진지하게 제안을 해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반올림과 피해자 측의 입장”이라며 “이런 입장을 변호사 쪽에 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공유정옥 연구원은 “대화 제안과 관련한 오보 때문에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이야기를 깊게 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며 <한겨레>의 보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한 공유정옥 연구원은 “어제 국감에서 삼성 측이 대화를 제안하려 했다는 게 확인됐지만 여전히 직업병 인정에 경직된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한겨레> 보도에 대해 “아닌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쓴 것은 정말 기자다운 태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당사자가 그런 적 없다고 말했는데도 (기자) 본인이 보기엔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 우겨서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는 사실에 근거해 보도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고 윤리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카페 (다음 카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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