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다가도 모를 드라마 ‘착한남자’ 입니다. 때로는 그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설정으로 김빠지게 만들다가도, 어쩔 때는 소스라치리 만큼 놀랄 만한 스토리 전개에 아연실색을 하게 만들고 말지요. 어제 방송된 11회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말았는데요.

그 결정적인 하이라이트 장면은 바로 한재희(박시연)의 회장 취임식에 서은기(문채원)가 보란 듯이 나타나 그녀의 회장 취임이라는 꿈에 찬물을 끼얹고 마는 장면이었습니다. 순간 놀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어요. 극의 흐름상으로 봐도 한재희와 서은기가 이렇게 빠르게 맞닥들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 동안 꽤 친절해왔던 드라마 ‘착한남자’ 는 이 장면에서 만큼은 불친절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합니다. 강마루(송중기)와 서은기가 서로에게 또 다시 애틋해지려고 할 때쯤이었고, 박변(이상엽)은 이제서 강마루에게 서은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는 타이밍일뿐이었죠.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진 장면이 바로 한재희의 회장 취임식에 서은기를 등장시켜 놀라운 반전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착한남자’ 가 보여준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서은기의 깜짝쇼는 조금 시간을 둔 후여야 했을 겁니다. 강마루와 서은기가 사랑의 감정과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의지로 하나가 되는 과정도 필요했고, 회장 자리에 오른 한재희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콧대를 한없이 치켜세우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보여 주는 것이 클라이막스를 위해서는 필요했다고 여겨졌거든요.

그런데 이런 모든 예상을 뒤엎어 버리고는, 마치 시간차 공격이라도 하듯 몇 회 분량의 장면들을 훌쩍 뛰어 넘고 바로 한재희와 서은기를 조우하게 만듭니다. 이제서야 드라마 ‘착한남자’ 의 숨겨진 매력을 또 하나 찾은 듯하지요. 이런 식의 반전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긴장감! ‘착한남자’ 가 단순한 멜로물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어있지 않음을 다시금 증명한 셈인데요.

이렇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나니 앞으로 펼쳐질 순간순간의 반전들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더군요. 강마루와 서은기가 태산그룹에 동시에 들어오게 되면서 한재희와는 어떤 김장감을 형성하게 될지, 또 그들의 삼각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에 대해서도 여러 갈래로 생각을 해 보게 되지요.
그리고 여기에 속속들이 배치된 심상치 않은 인물들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는데요. 어쩌면 드라마 ‘착한남자’ 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조연 배우들의 역할이 이야기를 뒤바꾸는 데 상당한 일조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됩니다. 이제서야 조금씩 그리 중요치 않았던 몇몇의 배역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보게 되지요.

첫 번째로 강마루를 제자로 삼았던 의사 석민혁(조성하)을 들 수 있습니다. 12회 예고편을 보니 기억을 잃어버린 서은기를 치료하는 의사로 다시 재등장을 하는 듯하더군요. 초반에 잠깐 등장을 하고는 전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조성하였었는데요. 서은기의 회복을 위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더군다나 강마루와의 사제지간이라는 설정이 그리 예사롭지만은 않고 말이죠.

특별출연이라고는 하지만 초반에 잠시 강마루의 스승으로 나왔다가 사라지기에는 배우 조성하의 포스가 너무 컸드랬습니다. 까메오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비중 없는 배역에 조성하를 앉힐 리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그 의구심이 12회 예고편에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듯 했습니다. 굉장한 비중은 아니더라도 스토리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로 강마루의 친구인 박재길(이광수)이 왠지 수상합니다. 이광수라는 배우의 지명도나 연기력을 보자면 박재길 역할은 그에게 딱 들어맞는 안성맞춤이기는 하지요. 그런데 극중에서 박재길이라는 캐릭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강마루 집에 얹혀사는 백수건달로 보이지만, 실은 도련님 소리를 듣는 엄청난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있거든요.

현재 아무도 모르는 상태이고 또 박재길 스스로 언제 자신의 신분을 밝힐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냥 왕자와 거지 놀음을 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지요. 아마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 그의 도움이 강마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박재길의 부잣집 아들 설정이야말로 이미 계산된 반전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로 한재희의 오빠 한재식(양익준)입니다. 그는 한재희의 계략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있지요. 10년 정도 감옥에 썩어야 할 운명이 버젓이 살아남아, 강마루를 찾아가 또 다른 문젯거리를 만들어 놓고 마는데요. 지금 그는 ‘착한남자’ 에서 모든 이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트러블 메이커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알 수 없는 행보를 걷게 될 지도 모를 인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유추해 보면 이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양익준이라는 점에서 찾아 볼 수 있을 듯하죠. 그는 영화 ‘똥파리’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이고, 동명 저서를 낸 작가이기도 하며, 부천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프로필로 보면 그에게 TV 드라마에서의 비중 없는 양아치 역할은 어불성설이기만 하지요.

아마 단순한 악역으로 끝나는 캐릭터였다면 양익준에게로 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익준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나 존재감을 생각해 보면, 한재식은 분명 엄청난 반전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여겨지지요. 지금도 그의 연기는 ‘미친 존재감’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양익준의 모습은 준비되어 있는 반전의 상황에서 점점 더 미친 연기로 소스라치게 만들 듯 싶습니다.
이제 드라마 ‘착한남자’ 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11회에서의 반전을 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거든요. 뻔한 비극일 것이라는 예상도 이제는 확신을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반전을 일으킬 요주의 3인방과 주인공 3인방! 그들 때문에 더 이상 얕잡아 볼 수 없는 드라마 ‘착한남자’ 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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