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인 Channel A에서 방송을 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첫 방송을 시작으로 이제 거의 한 돌을 맞이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지요. 남한으로 넘어 온 탈북 여성들을 초대해 그들이 북한에서 살아 온 생활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인데요.

처음 방송이 되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큰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은 아닌 듯합니다.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분위기가 예전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주인공들로 삼았던 ‘미녀들의 수다’ 와 흡사한 이유도 있고, 의외로 탈북 여성들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분위기 때문도 있는 듯하지요.
무엇보다 방송이 되는 채널이 종편 채널이라는 것이 가장 커다란 핸디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종편에서 방송이 되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없고, 종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한 듯싶거든요. 차라리 종편 방송 초기에 일던 비난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진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버려지고 있는 듯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제 만나러 갑니다’ 는 종편이라는 비호감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오히려 자기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늦은 일요일 밤에 방송이 되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듯해요. 이런 은근한 관심 속에서 알게 모르게 ‘이제 만나러 갑니다’ 는 1년 가까이 꾸준하게 방송이 되고 있는 중이구요.

어제 방송에서는 북한의 교통수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한의 실생활을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상태에서 전해 듣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는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며, 또 측은한 마음을 들게 하기도 했죠. 아직도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북한 서민들의 생활상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북한에서 열차원이라는 직업은 며느리로 삼고 싶지 않을 정도의 기피 대상이라고 합니다.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표를 검열하는 직업이기에, 돈이 없어서 몰래 탑승을 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껄끄러운 인물인 것이지요. 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가차 없이 열차 밖으로 끌어낸다고 하는데요. 뇌물을 주거나 친분이 있게 되면 또 그런 사람들은 살짝 눈을 감아주기도 해서 얄미운 직업군에 속한 이들로 불려진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표 교통수단과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택시가 아닌, 전기로 가는 버스나 소달구지, 목탄차 등과 같은 한국의 1960년대 시절의 것들과 흡사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하지요. 교통수단 하나만 봐도 이들의 열악한 경제적 상황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자동차 번호판에서까지 김정일을 찬양하는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2.16으로 시작하는 차량은 고위 당 간부급 차량들로 그 어떤 검열도 거치지 않고 무조건 통과가 가능한 차량들이라고 하지요. 2.16으로 시작되는 차량을 검열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 사람은 정복을 벗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가게 된다고 하는데요. 번호판에 새겨진 2.16의 의미는 김정일의 생일을 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소한 자동차 번호마저도 김정일과 연관을 지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국과 북한의 문화적인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당이라는 무시무시한 조직에 눌려 살아야 하는 삶, 도저히 가난이라는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 날마다 생계를 위해 걱정하고 싸워야 하는 고단한 형편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그들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되고 말았는데요.

그런 가운데 탈북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러 위풍당당한 한 여인이 등장을 하더군요. 무일푼으로 탈북을 하여 대한민국 생활 5년 만에 4개의 편의점 사장이 된 함경도 출신의 여성 사업가였습니다.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탈북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너무 소중한 한 가지를 가르쳐 준 듯 했는데요.

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면서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함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그녀의 마인드는 정말 큰 배울 점이었습니다. 생계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도 어려운 일이 될 수 없다는 그녀의 한 마디가 참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그녀는 탈북자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칩니다. 한국에 있지만 북한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라고… 북한이라고 생각하면 넘지 못할 산이 없다고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24시간 전기 공급,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뜨거운 물, 휴대전화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런 것 없이도 평생을 살아왔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한국에서 못할 일이 없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대형마트 때문에 그 동안 피땀으로 얻은 모든 것을 잃을 때가 있기도 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 의지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준 것이었어요.

그녀는 남남북녀 결혼 정보 회사라는 또 다른 사업에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방송 덕분에 사이트 방문자 수가 몇 배로 늘어나고 문의 전화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하죠. 남한의 총각과 북한의 처녀가 사랑으로 분단의 장벽을 허물었으면 한다는 그녀의 꿈이 참 멋져 보였는데요. 그녀의 그 뜻은 가슴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동포애를 새롭게 자극하고 말았습니다.

그 전 주에는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녀들의 이야기로 스튜디오가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가 없었죠. 탈북녀들의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면서, 이내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와 겸손이라는 뜨거운 가르침을 전해주었는데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종편에서 방송하기에는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중파로 옮겨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종종 나오는 걸 보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말 허접한 프로그램 일색인 종편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고 있는 유일한 방송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감동 스토리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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