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와 MBC의 비밀 회동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대선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 측은 “누가 납득 하겠냐”면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정수장학회와 MBC의 비밀회동에 관한 보고를 듣기 위해 16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임시 이사회라도 통상적으로 일주일 전에 이사들에게 통보를 하지만 방문진은 하루 전인 15일 이사들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며 이사들 대부분이 이에 대해 양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재철 MBC 사장(왼쪽),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오른쪽)ⓒ연합뉴스

방문진은 이날 이사회에 김재철 MBC 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출석을 통보했다. <한겨레>가 폭로한 녹취록에 대해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소명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에 세 차례 불출석한 사례가 있고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도 비밀회동 사실이 드러난 후 언론사의 취재를 피하고 있어 이들의 출석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강욱 방문진 야당추천이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민영화 문제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MBC는 ‘정식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 방문진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답변했다”면서 “그 동안 왜 거짓말을 했는지, 방문진을 속이면서 왜 정수장학회와 몰래 이야기를 한 것인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동 방문진 여당추천이사는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밀 회동에 대해 방문진 이사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광동 여당추천이사는 “(주식 상장이나 민영화 문제는)이전에도 논의되거나 추진된 바 없는 사안”이라며 “사장을 포함한 일부 임원들의 사견일 뿐”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김광동 이사는 “이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야당추천이사는 “MBC 지배구조는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로 정해왔는데 대주주 의사와 무관하게 몰래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최강욱 이사는 “방문진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끼리 논의해서 결정하면 방문진을 끌고 갈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충일 방문진 여당추천이사도 "무슨 권한으로 그런 논의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충일 이사는 "협의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해야 논의된 내용을 가지고 합의로 가던지 할 것인데 권한이 없는 사람이 주제넘은 짓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영화 문제에 대해 여야이사들은 온도차를 보였지만 MBC 측에서 주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강욱 이사는 "비밀리에 추진하는 것만으로 의도가 불순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자본을 가진 쪽에서 끌고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공영방송 정신과 맞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동 이사는 "현재 방문진 구조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둘리니 차라리 경영안정성과 일관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민영화가 낫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면서도 "MBC 임직원의 역할은 대국민 방송 서비스를 하는 것이지 지배구조 문제와 MBC 재산 처분, 지분 소유권 문제까지 그들에게 위임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처분이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문진 이사들은 "우리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의혹을 살만하다"고 평가했다. 김광동 이사는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이 있어왔다"면서 "그 지분 처분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이용이라는 의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시점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최강욱 이사는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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