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는 짜임새 있는 개연성보다는 감성적인 감정선을 추구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런 이유로 시청률은 지지부진하지만 열혈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치열한 권력 투쟁이 이어지다가도 급작스런 로맨스가 발생하여 모두를 침묵시키기도 하고, 그 시절의 상식이자 시대정신인 군신관계는 연정 앞에서 쉬이 무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녀 주연의 감정선은 꾸준히 역사의 현장을 극복하며 치열하고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늘문을 통해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은수(김희선)와 그녀의 숙명 앞에서 그저 자신의 최선을 다할 뿐인 최영(이민호). 돌아가야 하고, 돌려보내야 하기에 그들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만 있었지요.
하지만 누르기만 급급했던 최영은 지난 회부터 급작스런 포옹에 이은 키스신까지 러브어필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시작했는데요. 급기야 어제 방송에선 은수와 최영의 애절한 교감이 절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곤 침울해 하는 최영을 격려하는데요, 이는 하늘세상에서 유행한다는 바로 그 스케치북 고백이었습니다.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기며, 최영에게 힘이 될 말들을 털어놓는 은수였지만, 그녀가 최영에게 마음속으로 건네는 말은 그녀가 입을 통해 건넨 말과는 달랐습니다.
이미 그녀는 자신이 역사 속 인물 최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왕을 지키는 무사임에도 왕보다 자신을 우위에 놓고 있는 최영. 자신을 위해 덕흥군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옥쇄마저 내왔던 최영. 그녀로 인해 역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최영의 모습에 은수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곁에 머물고 싶지만 그의 곁에 머물 수 없는 이유지요. 그를 맘껏 좋아할 수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보일 수도 없기에 그녀는 고백조차 직구로 던질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듯 최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은수의 모습에서 최영은 어떨 수 없는 벽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덕흥군에게 맞은 독침의 상처를 끝내 숨기려 하는 은수에게 화를 내지요. 아직도 그렇게 머냐며 속상해 하는 최영을 보며, 은수는 결국 혼자만의 고백으로 남겨두려 했던 자신의 마음을 살짝 내비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마 그의 눈을 보지 못한 채 그의 뒤에서 눈물로 말합니다. 대답도 요구할 수 없어 그냥 듣기만 하라며 말이지요. 나 남아도 되냐고, 그가 거부의 몸짓을 하자 답을 막고 또 묻습니다. 아니면 나 떠나고도 절대 막 살지 않고 다 잊을 수 있겠냐고... 이 물음 앞에 최영은 고개를 숙입니다. 은수가 남기도 두렵고 떠나기도 두렵듯 최영 역시 은수를 떠나보내기도 남겨두기에도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은수가 몹시도 두려워했건만 최영은 이미 역사에서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습니다. 과연 은수와 최영이 새롭게 그려낸 판타지는 어떤 식으로 결론 내어질까요. 역사 속 최영은 부인 유씨를 몹시도 사랑했다던 전설이 있는데요. 은수는 역사 속 부인 유씨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Written by 비춤, 운영중인 블로그 : http://willism.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