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에 첫키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아침에 눈뜨고 숨 쉬고 살아있는 일이 처음으로 좋아졌다는 서은기(문채원). 스물 살 유학시절 남자친구가 그녀 회사의 생존을 볼모로 마약혐의를 대신 뒤집어써줄 것을 요구했을 때 차갑게 비웃으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던 서은기는 훗날 '그때 널 도왔던 건 회사 때문이 아니라 널 사랑했었기 때문'이라고 차갑게 말하며 스스로를 조롱했던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구름 속을 걷듯 세상을 다시 배우는 서은기건만 그녀의 사랑은 전혀 순탄치 않은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그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쌀쌀맞고 냉정한 언변으로 강마루를 도발하지만 강마루는 그저 담담했습니다. '그만 끝내자는 말이지요? 그럽시다 그럼...' 강마루의 이런 마음에 오히려 서은기는 오히려 서운한 속내를 숨기느라 더욱 모진 막말을 뱉어야 했지요. 마지막으로 할 말 없냐는 그녀의 물음에 강마루는 '잘 가요'라는 한마디를 남길 뿐이었습니다. 서은기의 모진 말에도 강마루는 그 어떤 원망이나 아쉬움조차 없었지요. 결국 강마루의 진심을 확인할 수 없었던 서은기는 강마루의 과거에 얽힌 비밀을 처음 알았을 때보다 더욱 비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비틀려야 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서은기는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습니다. 한재희의 부정을 알고 있으며 아비의 눈밖에 나서 경영권 승계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의 마음은 오직 강마루였습니다. 강마루가 보여줬던 진심에 대한 화답을 하기 위해 그녀는 2층에서 뛰어내려 무작정 강마루에게로 달려갑니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마음껏 말해본 것도 스물아홉 인생 전부를 합쳐서 처음이었다고. '사랑해요 서은기 씨'라는 가슴 떨리는 고백도 처음 들어봤노라... 강마루라는 남자 때문에 일어나고 숨 쉬고 살아있는 일이 처음으로 좋아졌다, 그래서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매일 마주보면서 사랑한다 말하고 사랑한단 고백을 듣고 매일 같은 꿈을 꾸면서 아이도 낳고 아이도 키우고 그렇게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고...] 이 모든 고백에 대해 '가능할까요'라는 묻는 그녀의 눈빛에선, 자신의 온전한 진심을 고백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선명했지요. 이 절절한 고백을 하는 서은기의 눈물은 내리는 빗줄기에 감춰졌고, 송두리째 드러내 보인 서은기의 마음은 강마루의 포옹으로 감싸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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