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차별 자료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재희 MBC노조 편성제작부문 간사가 설명한 자료에 따르면 이메일은 물론이고 가족만이 볼 수 있게 비공개로 올린 블로그 글, 미니홈피 일촌에게만 공개한 글, 개인 의료정보, 금융정보 등과 MBC 라디오에 출연했던 사람의 개인정보, 라디오 청취자들이 선물을 받기 위해 보낸 개인정보 등 많은 정보가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통해 서버로 전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 MBC 노조가 24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이용한 무차별 자료 수집 사례를 공개했다. MBC 노조는 이 같은 정보수집이 '명백한 불법'이라며 경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미디어스

MBC 노조는 24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례를 공개했다. MBC 노조는 “이날 공개한 자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은 100 여대에 대해서만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t는 MBC 내부 구성원이 아닌 김일란 감독과 손충모 전국언론노동조합 대변인이 자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MBC 노조는 이들도 트로이 컷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성소수자를 위한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사태로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MBC 내부 직원 중 아웃팅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웃팅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 용산참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도 불법 정보 수집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스
현재 뉴스타파 앵커를 맡고 있는 김일란 감독은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자료들이 MBC 서버로 전송이 됐다고 밝혔다. 김일란 감독은 "시간과 공간, 사람에 상관없이 누구의 정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움츠러드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김일란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언론노조 사무실 컴퓨터는 쓰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MBC 직원들은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시와 통제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일란 감독은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충모 대변인은 지난 8월 29일 MBC 라디오 <김창옥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이후 출연료 지급을 위해 담당 작가가 요청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서버로 전송됐다. 손충모 대변인이 담당 작가에게 메일로 보낸 개인 정보는 집주소와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이다.

손충모 대변인은 "나는 인천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사측 서버에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갔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손충모 대변인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된 행위"라며 "고소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판례가 없을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종호 변호사는 "법인카드 유출 문제는 신속하게 수사하면서 이 사건은 수사진행이 미진하다"면서 "보통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취득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트로이컷 설치에 대해 "(회사측에서 설명한)해킹방지가 목적이라면 특정 검색기능을 통해 일부만 파악하면 되는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법인카드 내역 유출자를 찾지 못해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지난 18일과 20일 고소인 조사를 받았으며 관련자료를 제출했지만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경찰은 수집된 자료가 보관된)서버를 조속히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MBC 노조는 지난 6일 김재철 사장을 비롯해 6명의 경영진을 고소한데 이어 일인당 100만원씩 정신적피해보상을 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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