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뉴스가 대주주인 영안모자에 사유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OBS 메인뉴스인 'OBS뉴스 M'은 '불법현수막 가려가며 철거 논란' 리포트를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오정구청이 불법현수막을 철거할 때 대우자판 해고자 현수막은 철거하지 않는 사실을 지적하며 형평성 잃은 행정기관이라고 비판했다.

OBS는 해당 리포트에서 "생계형 현수막은 마구 철거하면서 마찰이 우려되는 불법 현수막은 수개월째 방치하고 있다"면서 "힘센 곳은 봐주는 부천시의 원칙없고 불균형적인 행정에 공권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4일 방송된 '불법현수막 가려가며 철거 논란' 리포트 방송화면 캡쳐

영안모자는 지난해 12월 대우자동차판매의 차량판매부분을 인수했다. 대우자동차판매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현재 영안모자측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리포트가 나간 후 OBS 기자협회는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김학균 OBS 보도국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OBS 기자협회는 이 리포트에 대해 △OBS 보도의 독립성 유린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고 방송된 제작경위 △내용의 편향성 등을 제기했다.

OBS 기자협회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개인 사업체 이미지 훼손 우려를 씻어주기 위해 OBS 뉴스가 활용됐다"면서 "사주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도 독립성을 지키는데 헌신해야 할 보도국장이 대주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자들을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OBS 기자협회는 "문제의 리포트 아이템은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린 공식적인 편집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아이템이 최종 큐시트에 포함되는 경우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주요 뉴스로 다룰 만한 시급한 발생 사안이 있을 때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OBS 기자협회는 "오정구청이 불법 현수막을 여러 달째 방치했으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백성학 회장은 대우자판으로부터 차량판매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고한 5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승계하라'는 현수막 속 사연은 외면한 채 이들을 '폭력 집단'으로 묘사했다"고 밝혔다.

OBS 기자협회는 김학균 OBS 보도국장에게 보도국 기자, 노동계, 시민사회와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OBS 기자협회는 "오는 21일까지 사과문을 사내 게시판에 문서화된 형태로 발표해야 한다"면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도국장 퇴진을 내걸고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OBS 노조는 사측에 오는 20일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박철현 OBS 노조 사무국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사 요건도 안 되는 것을 편파적으로 다뤘다"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노동자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관할 구청에 현수막 철거하라고 압력 행사하는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철현 사무국장은 "보도의 독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리포트를 지시한 김학균 OBS 보도국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리포트는) 문제가 있을 게 없다"면서 "구청의 일관성 없는 행정행위를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김학균 보도국장은 "당시 사회팀장이 수원에 있어 편집회의를 같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아도 차후 보고를 통해 뉴스에 편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해명했다.

김학균 보도국장은 "해당 기업이 OBS 1대주주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 언론사들에게도 수차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제보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