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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문의’ 했기에 방송을 중단했나?[논평]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스 | 승인 2008.05.20 17:40

 - ‘EBS <지식채널 e>의 방송중단’에 대한 민언련 논평 - 
 
EBS의 간판 프로그램 <지식채널 e>가 17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을 다뤘다가 ‘어이없는’ 방송 중단 사태를 겪었다. 청와대의 ‘문의 전화’ 한 통에 EBS 경영진이 방송을 중단시켰다가 노동조합 등 내부가 반발하자 방송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제작진에게 EBS 부사장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EBS는 교육적인 내용만 방송하는 것이 옳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 정부의 권언관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우리는 청와대 관계자가 ‘방송 내용을 문의하려고 EBS에 전화를 했다’는 주장 자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방송 내용이 궁금하다면 TV나 인터넷을 통해 보면 될 일이다. 방송이 중단되었을 당시 이미 해당 프로그램이 이틀 동안 나간 뒤였다.

백번 양보해 ‘문의’를 위해 전화를 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의 전화’ 한 통을 받고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방송을 중단했다는 경영진의 처사는 그야말로 ‘과잉충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왜 <지식채널 e> ‘17년 후’가 ‘EBS 전체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대 언론정책이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이 되었길래 전화 한 통에도 이런 ‘과잉충성’을 한 것인가?

‘17년 후’는 제작진의 말처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사실만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작진은 제작의도를 “영국의 잘못을 거울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미리 대비를 잘 하자 정도”라고 밝혔다. 이런 프로그램을 놓고 의문의 ‘문의 전화’를 한 청와대 관계자나, 이 전화를 받고 방송을 중단한 EBS 경영진의 ‘권언관계’는 정상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소통’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이명박 정부의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국정운영에 지쳐있으며, 특히 여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왜곡하거나 억압하려드는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부자신문과 여당 인사들이 아무리 촛불집회 ‘배후론’을 주장해도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반대 여론을 경청하고 타당한 주장을 수용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친구 사이의 통화’든 ‘문의 전화’든 정부 관계자의 전화는 ‘외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상식이다. 언론에 개입하려 들지 말고, ‘비판보도’를 수용하라.

EBS 경영진에게도 촉구한다. EBS는 제작진의 ‘사과문’이 아닌 사장의 이름으로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하며, ‘17년 후’ 방송중단의 직접적인 결정을 내린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영진의 ‘권력 눈치보기’에 굴하지 않고 방송 중단을 막아낸 <지식채널 e> 제작진과 EBS 구성원들을 지지하며, 앞으로도 공영방송 EBS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2008년 5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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