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 제목을 보고 드디어 이 질긴 영화가 드디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 제대로 낚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이 좋아 최후의 심판이지, 좀비 군단에 대한 최후의 심판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밀라 요보비치가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액션 배우로 활약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또 다른 여전사를 내세워 계속 싸울 것 같은 기세다.

언젠가 영화 잡지 <씨네 21>을 통해 할리우드에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이 눈에 뜨지 않는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 근래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는 새로운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배틀쉽>, <어벤져스>를 새로운 창작물이라 볼 수도 있겠는데, <배틀쉽>은 지나친 미국 패권주의 강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어벤져스>는 옛날에 미국을 주름잡던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인 터라 새로운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는 것이 민망하다. 그 <배틀쉽>과 <어벤져스>마저 2탄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이름으로 한국 극장가를 주름잡았던 작품들을 살펴보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익스펜더블2>, <본 레거시>, 그리고 이번 주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까지 죄다 속편이다. 그나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흥행에 성공했고, <익스펜더블2>는 흥행과는 별개로 오히려 전편보다 더 낫다는 호평 일색이다. 반면 <본 레거시>는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했던 속편이라는 혹평을 들어야했으며, <레지던트 이블5>는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전편에 비해서 나아졌다는 의견과 이제 그만 줄 우려먹으라는 비판의 갈림길에 서있다.

하지만 잠시 국내 영화의 흥행 주춤으로 일주천하를 맛본 <본레거시>와 달리, 한국 영화계 전반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는 9월 최대 기대작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맞서 싸워야하는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이 개봉 첫날 받아든 성적표는 밋밋하기 그지없다.

▲ 밀라 요보비치. 알고 보니 그녀가 맞서 싸워야할 강적은 레드 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가 아니라 이병헌과 CJ의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국내 최대 영화관 CGV를 앞세운 대형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의 서포터를 받고 있는 <광해>인 터라 제 아무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원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일본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전형적인 B급 괴수 영화다. 다만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차츰 규모가 커지고, 어느덧 정교한 3D까지 보여주는 대형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것이다. 제아무리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좀비물이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괴수 영화, 그것도 좀비를 달가워하지 않는 국내에서는 극과 극의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레지던트 이블5>은 전편에 비해 액션도 화려해지고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역시나 3D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폴. WS. 앤더슨 감독 작품답게, 일반 영화보다 곱절은 비싼 영화 관람표가 아깝지 않다. 애초 <레지던트 이블>에 스토리를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건재한 밀라 요보비치가 좀비들을 시원하게 무찌르는 것만 봐도 일주일 내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 밀라 요보비치 언니보다 눈에 더 들어왔던 리빙빙 언니. 밀라 보러 갔는데 리빙빙만 실컷 봤다.
그러나 ‘밀라 요보비치는 엄브렐라의 'T-바이러스'에 맞서 용맹하게 싸워서 이겼습니다’ 식의 스토리 전개는 과연 이 영화를 5편에 넘어 6편, 7편까지 꼭 제작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물론 시즌제의 명목으로 인기작을 사골곰국 끓이듯이 우려먹는 경우는 우리나라 대중이 수준 높은 드라마라고 극찬하는 미드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게다가 <레지던트 이블>은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초점을 맞춘 오락영화일 뿐이다.

시리즈가 진화할수록 액션은 정교해지고, 잘 만든 게임 시뮬레이션을 즐기듯이 모스크바, 뉴욕, 도쿄 가상 세트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저들의 선택폭은 넓혀졌지만,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는 이제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레지던트 이블>은 밀라 요보비치와 엄브렐라로 위시된 좀비들을 떠나보낼 생각이 도통 없는 듯하다. 애초 박수 받을 때 떠나야 했건만, 그때를 한참 전에 놓쳐버린 <레지던트 이블:최후의 심판>. 과연 그 시리즈가 언제 끝날까 심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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