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에서 어린이 대상으로 방영되는 교양프로그램과 드라마·애니메이션들이 남성 캐릭터 위주로 제목이 설정되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윤정주)는 2012년 8월 13일부터 26일까지 지상파 4사(KBS1, KBS2, MBC, SBS, EBS)에서 방영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94편(총 283회 분)을 모니터 한 결과, 이 같이 밝혔다.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에서 여성과 남성은 등장 횟수부터 차이가 났다. 여성민우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263명, 남성은 353명이 출연해 회당 남성 등장인물이 평균 4.7명 정도 더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서 남성 등장인물이 평균 7.7명 정도 많이 등장했다.

남여 성비 불균형은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나타났다.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등장인물의 이름이 제목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19편 중 12편으로 가장 높았지만 애니메이션은 남성 캐릭터가 제목이 포함된 경우가 75편 중 38편을 차지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꼬마거북 프랭클린>, <꼬마버스 타요>, <똑똑박사 에디>, <로보카 폴리>, <뽀롱뽀롱 뽀로로> 등이다.

▲ 뽀롱뽀롱 뽀로로 4기ⓒEBS홈페이지

프로그램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도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66회 방송분 중 25회에서 남성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의 경우, 갈등 구조가 없는 회차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해결한 것이 217회 방송분 중 69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만을 단순 비교하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서도 여성이 문제를 해결할 때보다 남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우, 클로징 노래에서 성차별성이 드러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성민우회는 “듬직한 백곰 포비, 영리한 꼬마 발명가 에디, 상냥한 비버소녀 루피, 천방지축 아기공룡 크롱, 장난꾸러기 뽀로로”라는 노랫말에 대해 “여자캐릭터는 수줍음과 상냥함을 드러내는 수식을 하고 남자캐릭터에는 힘세고, 영리하고, 듬직한 수식을 사용했다”며 “어린이들은 애니메이션에 함께 나오는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고 즐겨 부르게 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학습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꼬마거북 프랭클린-눈으로 만든 용 편>에서 친구의 아빠가 프랭클린을 위해 음식을 만들거나, <춤추는 곰 콩야>에서 엄마와 아빠가 함께 청소를 하는 장면에 대해 여성민우회는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해당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디어가 여전히 성 역할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어린이 프로그램은 성인 대상 프로그램들보다 적극적으로 성 평등적 관점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리비아>와 <내 이름 펑키>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펑키는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이 아이가 보여주는 주체성은 칭찬할 만한다”며 “아쉬운 점은 두 프로그램 모두 해외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길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해외 작품을 수입할 때에도 (성평등을 고려해)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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