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기아가 결국 강점을 가진 투수들의 힘으로 연패에서 벗어났습니다. 투수전으로 이어진 이번 경기에서 승패는 후반 집중력을 보인 기아의 2-0 승리였습니다. 대량 득점도 가능한 상황에서 2점에 그쳤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SK 타선을 막아낸 기아 투수들의 호투가 위기의 기아를 구원해냈습니다.

서재응 1안타 호투, 위기의 기아를 구해냈다

채병용과 서재응의 선발 맞대결은 누구의 승리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올 시즌 선발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채병용이고, 서재응 역시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둘의 맞대결은 용호상박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 말입니다.

서재응의 이번 경기 투구는 올 시즌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SK가 팀 타선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집중력이 좋은 만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팀은 아니었습니다. 끈질긴 승부를 보이는 팀인 만큼 상대 투수들을 불안하고 힘겹게 하는 SK가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서재응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 기아 선발 서재응 ⓒ연합뉴스
채병용에게 누구보다 강했던 나지완은 이번에도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쳐낸 나지완은 안치홍의 삼진과 함께 2루에서 살짝 발이 떨어지며 아웃되는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2루 안착 후 발이 조금 떨어지는 순간 놓치지 않고 태그아웃을 시킨 정근우의 집요함을 칭찬해야겠지만, 기아로서는 이런 작은 야구를 잘하지 못하면 결코 4강에 들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조심했어야 했습니다.

나지완이 2회 안타 후 아쉽게 아웃된 후 후속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것을 보면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듯해서 아쉬웠습니다. 핵심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나지완이 중심 타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의 역할은 기아에서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만큼 나지완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본인이나 기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기아의 위기는 5회였습니다. 1사 후 임훈에게 처음이자 이번 경기의 마지막인 안타를 내주며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조인성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박진만을 볼넷으로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정근우가 끈질긴 승부를 한다는 점에서 서재응으로서는 박진만과 승부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2사이기는 하지만 주자를 1, 2루에 둔 상황에서 타격감과 야구 센스가 뛰어난 정근우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벤치에서 마운드를 찾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고, 서재응은 이런 위기 상황을 완벽하게 벗어나며 정근우를 빗맞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마무리했습니다.

기아가 5회 첫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자 반격의 기회는 바로 찾아왔습니다. 5회 말 기아는 1사 후 김상훈이 2루타를 치고 박기남의 깊은 중견수 플라이에 3루까지 혼신을 다한 주루 플레이로 2사이기는 하지만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게 되었습니다. 이용규가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는 김선빈에게 주어졌고, 기다렸다는 듯 초구를 노려 쳐 가운데를 가르는 안타로 첫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김원섭이 아쉽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팽팽한 투수전에서 선취점을 뽑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아로서는 중요했습니다.

6회 공격에서도 기아는 1사 후 안치홍이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고 차일목이 통쾌한 적시 2루타를 치며 추가점을 뽑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1사 상황에서 조영훈과 박기남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가점 획득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5회에도 그랬지만, 6회에서도 추가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현재 기아의 현실이라는 점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기아의 아쉬움은 7회에도 이어졌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용규가 멋진 2루타를 치며 다시 한 번 득점 기회를 노렸고 김선빈이 번트 플라이에서 살아나며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용규를 3루로 보내는 데 실패한 것은 뼈아픈 실수였습니다. 김원섭이 볼넷을 얻어 1사 1, 2루 상황이었지만 나지완이 다시 삼진으로 물러나고, 안치홍의 잘 맞은 타구마저 3루수 최정이 호수비를 펼치며 2루타성 안타를 단타로 막아내고 말았습니다.

안치홍의 타구가 정상적으로 빠졌다면 2타점 2루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최정의 호수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잘 드러났습니다. 이런 호수비는 차일목의 3루 강습 타구에서 다시 드러냈습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차일목의 타구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고 1루 송구로 아웃카운트까지 만들어내며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만든 최정의 3루 수비는 최고였습니다.

채병용은 5와 1/3이닝 동안 104개의 투구로 8안타, 1사사구, 2삼진, 2실점으로 하는 준수한 피칭을 했지만 팀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시즌 3패째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기아의 선발 서재응은 7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져 1안타, 3사사구, 4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7승째를 기록하며 위기의 기아를 살려냈습니다.

▲ 기아 최향남 ⓒ연합뉴스
서재응의 투구 모습을 보면 완투도 가능했지만 기아 벤치에서는 무리시키지 않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인 유동훈을 마운드에 올리며 승리에 대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유동훈은 벤치의 바람처럼 안정적인 피칭으로 상대를 제압해냈고 실점 없이 최향남에게 마운드를 물려주었습니다.

9회 마지막 이닝에 마운드에 오른 최향남은 삼진 2개를 포함해 SK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으로 2-0 살얼음 같았던 승부를 마무리하며 기아의 2연패를 끊고 귀중한 승리를 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불안한 불펜으로 후반 역전이 어려웠던 기아로서는 유동훈과 최향남이 다시 정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힘겨운 상황에서 4강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아가 에이스의 맞대결인 '김광현vs윤석민'대결에서도 승리를 얻어낸다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입니다. 좌완 김광현을 상대로 기아 타자들이 얼마나 응집력 있는 타격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4강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라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대반격의 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광주에서 열리는 SK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말해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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