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 2일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거리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려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얼굴이 험악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고 외국인 혐오증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경찰이 범죄예방으로 제기한 ‘불심검문’은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행위'라고 결정을 내려 이후 사라진 바 있다. 하지만 강력범죄 예방을 이유로 2년 만에 부활이 예고된 셈이다.

▲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역 인근에서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이날 경찰청은 '묻지마' 범죄와 아동 성폭행 등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한 특별방범 활동 차원에서 이달부터 대로상에서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내려 보냈다ⓒ연합뉴스

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연결에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주 아동성폭력 사건에서 보듯 아는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가 대다수”라면서 “불심검문을 통한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경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호중 교수는 “불심검문은 범죄예방보다는 사실상 검거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통계를 보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09년 서울에서 시민의 10%에 해당하는 644만 여명에 대해 불심검문이 실시됐으나 살인범 16명, 성폭력범 105명을 검거, 사실상 1%에 불과했다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

이호중 교수는 불심검문 부활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찰청 방문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전시성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불심검문이 과거 반정부 시위나 노동자 파업 현장을 고립시키는 등 공안통치를 위해 사용됐었다”며 “강력범죄 예방보다는 이 사건을 빌미로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나 중국인, 인상이 험악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검문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불심검문을 통한 외국인 혐오증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현행법에 의하면 불심검문에서 질문에 답할 이유가 없고 임의동행도 거부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불심검문을 당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거절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불심검문이 실제 강제연행 성격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중 교수는 “강력범죄의 근본 원인이 사회적 양극화, 빈곤, 사회 안전망 부재에 있듯이 경제·복지 정책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찰은 신속한 출동과 조치 시스템을 구축한다던지 과학수사를 통한 검거율을 높이는 것이 본연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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