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한 변화구, 주변 공기와 바람, 습도와 여러 가지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며 가볍게 변화하는 너클볼.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하나의 코너를 차지했던 "스포츠 다큐멘터리"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끌던 "Knuckleball!"은 말 그대로 "너클볼"에 대한 다큐,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공을 던지는 너클볼 투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구"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이 너클볼은 회전 없이 던진다는 특징과 함께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을 자랑합니다만, 이 다큐는 매우 묵직한 직구와도 같습니다. 스포츠팬, 특히 야구팬들 마음속 한가운데 꽂히는 속도와 무게감이 장난 아니죠.

이야기의 주축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보스턴의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와 현존 최고의 너클볼러 메츠의 "R.A. 디키"에 대한 스토리를 바탕에 둡니다. 그들의 시련과 극복, 그 승리가 주된 스토리죠. 그들이 존경하는 과거의 너클볼러, 필 니크로나 찰리 허프와 같은 전설의 선수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내용은 깊이를 더합니다.

전체적 구조의 측면에서는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문법과 구조를 지켜가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만, 인터뷰의 구성이나 화면의 편집에서는 매우 감각적인 영상과 절묘한 음악으로 눈길을 끕니다.-제작자인 리키 스턴과 애니 선드버그, 2명 모두 여자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독특한 구질만큼이나 독특한 삶의 여정을 살고 있는 너클볼 투수들, 그들의 이야기는 묘한 감동이 함께하는데요. 하나의 구질에 대한 의미를 "오늘날의 사회와는 잘 맞지 않죠."와 같은 인터뷰에 담아내는 능력, 탁월하더군요.

같은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밀착 취재에 함께하는 어려움도 크게 느껴졌고 대단하다는 존경을 보내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쯤에 눈물을 끌어내는 능력에는 감탄부터 앞서더라는 거! 정말 "잘 만든" 스포츠 다큐란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요.

한편으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인터뷰"도 참 잘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거. 운동선수들에게 멋진 말을 뽑아내고 진심을 담아내기까지는 분명 깊은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점이 더 우선입니다만, 말 자체에 멋이 가득하더군요. 대표적으로 전 다음 장면에 이야기가 최고였습니다.

사실 다큐는 스포츠와 비슷한 시청층을 가진 장르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좀 있는 남성들이 주 대상이죠. 하지만, 이 다큐는 감각적으로 영상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상당히 훌륭합니다. 최근 야구가 그러하듯 여성팬들도 공감하기 좋을 터.

한 구질에 대한 모티브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에 "감탄"하며 봤습니다. 이만큼이나 이야기하면 다큐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실 듯도 한데요. 다들 한번쯤 보시길 "권"하는, 특히 야구팬이라면, 아니면 방송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참고가 될 터. 본편을 올려드리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부족하고 그 트레일러를 대신 올려봅니다.

올 EIDF에서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그리고 많은 생각을 준 "너클볼". 제작자로서 무척이나 감탄하며 본 신선한 충격작이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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