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기아의 군산 경기는 삼성 선발 윤성환에 막힌 기아의 완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7연패 뒤 다시 4연승을 하면서 상승세를 타던 기아는 부동의 1위 삼성을 만나 단 3안타 빈공에 빠지며 완봉패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윤성환의 윤성환에 의한 윤성환을 위한 경기

소사와 윤성환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야구팬들은 투수전의 재미를 만끽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삼성은 3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기아는 4연승 중이라는 점도 둘의 매치 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더욱 기아로서는 4강에 진압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승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윤성환은 너무 강했고, 기아의 타선은 무기력했습니다. 엘지와 한화를 상대로 4연승을 이끌면서도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기아 타선이 삼성을 만나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이 특별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에 맞서 빈타에 허덕이는 기아의 모습 속에 올 시즌 결과가 살며시 드러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 기아 선발 소사 ⓒ연합뉴스
이번 경기 승패의 관건은 소사의 수비였습니다. 수비 불안과 실책이 겹치며 자멸해버렸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손쓸 방법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1회 시작과 함께 배영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기아는 박한이의 번트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리플레이 영상에서 완벽한 세이프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아웃 판정을 했기 때문이지요.

소사의 번트 수비가 문제를 일으키며 힘겹게 안치홍이 공을 잡기는 했지만 박한이의 발이 훨씬 빨랐다는 점에서 심판 판정은 의외였습니다. 심판이 만들어준 상황에서 소사는 이승엽을 상대로 3구 3진을 잡으며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박석민의 강한 타구를 안치홍이 호수비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난 기아로서는 반격이 예상되었습니다.

소사가 힘겹게 1회를 벗어나며 기아의 반격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기아의 현재 타순으로 윤성환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4회 이용규가 팀 첫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3회까지 삼자범퇴로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기아 타선은 윤성환 앞에서는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보다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윤성환이 완벽한 피칭을 하는 것과 달리, 소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2회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안정을 찾는 듯했던 소사는 3회 위기에 빠졌습니다. 선두타자인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더니, 김상수의 번트를 소사가 실수를 하면서 무사 1, 2루 상황을 만들어 주고 말았습니다.

무사 상황에서 삼성은 배영섭에게 다시 번트를 지시했고, 이번에도 소사는 번트된 공을 잡고는 텅 빈 3루를 향해 공을 던져 허무하게 1점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넋이 완전히 나간 상황에서 황당한 번트 수비로 일관하는 소사의 이 수비는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번트 수비를 위해 앞으로 전진한 3루수 박기남이 소사의 바로 뒤에 있었음에도 1루가 아닌 3루를 선택한 소사의 수비는 기본에서도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박한이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준 상황에서 이용규가 3루로 뛰던 배영섭을 잡아내는 장면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배영섭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한 것은 당연했고, 이런 상황에서 이용규가 완벽한 송구로 배영섭을 잡아낸 것은 대량 실점을 막은 한 수였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용규의 송구가 다른 곳을 향한다거나 머뭇거렸다면 소사는 그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용규의 수비는 중요했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배영섭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의 중심타선을 믿었다면 흔들리던 소사를 완벽하게 공략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소사가 4회 등판하자마자 삼성의 4번 타자 박석민에게 솔로 홈런을 맞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3회 삼성의 공격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박석민에게 홈런을 맞고, 최형우에게도 2루타를 맞으며 위기에 빠진 소사는 다시 힘을 냈습니다. 이지영에서 몸에 맞는 볼을 내주기는 했지만 세 타자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으니 말입니다.

▲ 삼성 선발 윤성환 ⓒ연합뉴스
윤성환은 기아를 상대로 6과 1/3이닝 동안 98개의 투구로 2안타, 1사사구, 9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 5패를 기록했습니다. 완벽한 피칭으로 기아 타선을 농락한 윤성환은 이번 투구로 좀 더 자신감을 찾고 남은 시즌과 다음 시즌 삼성의 핵심 선발로서 더 큰 활약이 기대되었습니다.

소사는 초반 수비 불안으로 자멸한 것이 뼈아팠습니다. 6이닝 동안 96개의 공으로 4안타, 3사사구, 7삼진, 3실점, 2자책으로 시즌 7승 7패를 기록했습니다. 소사 스스로 번트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자멸하지 않았다면 승패는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강속구는 여전했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되며 활용도가 떨어지며 패배를 떠안았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소사의 강속구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슬라이더의 각이 그리 크지 않았고, 윤성환처럼 무릎 높이의 제구가 아닌 타자들이 치기 좋은 높이의 변화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기아로서는 4회 이용규가 선두 타자로 나서 윤성환을 상대로 첫 안타를 쳐낸 순간이 승부처였습니다.

발 빠른 주자가 안타로 1루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어떤 공격력을 펼치느냐가 중요했지만, 결과적으로 김선빈의 병살타는 치명적이었습니다. 3루 강습이기는 했지만 완벽한 병살로 이어지며 기아의 공격은 급격하게 꺾이고 말았습니다. 이런 기아의 공격은 5회에도 이어졌습니다. 선두 타자인 나지완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자들이 진루타도 치지 못한 채 물러나며 기아의 무기력한 타선을 다시 한 번 선보였습니다.

기아가 힘겨운 타격을 보이며 막판 역전을 노리던 상황에서 7회 실점은 추격 의지마저 빼앗는 상황이었습니다. 1사 후 조동찬이 내야 안타로 나가고, 김상수가 볼넷을 얻어 내며 기회를 잡았지만 기아 박지훈은 배영섭을 외야 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박한이의 2루 땅볼을 안치홍이 미끄러지며 추가 실점을 하는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이전까지 환상적인 수비를 보이던 안치홍이 결정적인 순간 비로 젖은 그라운드에서 미끄러지는 실책을 범한 것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두 팀 모두 타선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상대 실책을 틈타 차분하게 득점에 성공한 삼성의 완승이었습니다. 소사가 초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하는 것과 달리, 윤성환은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는 점이 두 팀의 승패를 갈랐습니다. 기아로서는 4강에 올라서고 한국 시리즈 우승을 넘보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사자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어떻게 잡아가느냐가 기아로서는 중요해졌습니다. 이후 밀린 경기 소화를 위해 월요일에도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더욱 힘겨운 레이스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9월 첫 주중 경기를 롯데와 사직에서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도 기아의 힘겨움은 더욱 커 보입니다.

과연 기아가 극적으로 4강행 티켓을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시즌 후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기아로서는 선수들에게도 남은 시즌 경기가 자신의 팀 내 위상을 잡아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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