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KBS 이사진의 새 판 짜기가 진행되고 있어 파문이 번지고 있다.

현재 친 한나라당 성향의 KBS 이사 일부에서 임시 이사회를 통해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오는 20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결의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문제는 현 KBS 이사회의 구도로 볼 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실제 상정 여부조차 불투명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이 처리되려면 이사진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권고 결의안 상정 및 처리에 반대하는 이사는 KBS 이사 11명 가운데 6명으로 알려졌다.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 이사는 5명이다.

이런 상황인 가운데 물밑에서 KBS 이사진 교체가 시도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KBS 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언련 전 공동대표)가 교체 대상으로 겨냥됐다. 그것도 KBS 이사 선출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와 동의대가 직접 나서 신태섭 교수의 사퇴를 강요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미디어스의 취재 결과, 지난 13일 강창석 동의대 총장은 신태섭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KBS 이사직 사퇴 압력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 동의대 총장은 "KBS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징계 하겠다"며 "15일 오후 2시 30분까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신태섭 교수가 이사직 사퇴를 거부하자 이날 오후 3시 인사위원회가 열려 징계 수위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의대 관계자는 "총장 주재의 회의가 있었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신태섭 KBS 이사
강 총장은 신 교수에 대한 징계 명분으로 우선 교칙의 범위 안에서 신 교수가 KBS 이사와 관련해 학교와 상의하지 않은 점, KBS 이사회 참석시 학교를 무단이탈했다는 점 등을 꼽았으며 논란이 돼 왔던 신 교수의 논문표절 의혹 등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사직 사퇴 요구의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강 총장은 신 교수와의 면담 과정에서 "16일 교육부를 방문하는데 이사 사퇴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면서 "신 교수가 KBS 이사를 계속하면 학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7일 동의대 전임 총장이 교육부 차관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신 교수의 KBS 이사직 사퇴가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동의대가 교육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학 비리로 물의를 빚어온 동의대가 교육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정연주 KBS 사장 ⓒKBS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범수 동아대 교수는 "(신태섭 전 민언련 공동대표의 이사 사퇴 압력은) KBS 이사회의 지형을 바꿔 정연주 사장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KBS 이사 사퇴라는 업무 영역과 무관한 일을 교육부가 학교에 압력을 넣어 처리하려는 상황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교는 교수를 보호하는 것이 본질적인 임무인데 신 교수의 긍정적인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외부의 압력을 받자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이것은 학교로서의 기본이 안 돼 있음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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