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의 종군위안부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며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구라가 방송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그의 방송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10여 년 전의 방송이고 본래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나, 그럼에도 종군위안부 여성을 성노동자 여성에 비유하여 비하 논란을 일으킨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논란이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모습은 타인의 잘못에 대해 질책할 줄만 알았지, 정작 자신의 잘못과 실수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세태가 만연한 대한민국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게다가 당시 인터넷상을 달구었던 그 발언은 무려 10여 년 전 방송 내용입니다. 공중파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기 이전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해온 김구라의 '막말'들은 그가 공중파 방송 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익히 드러났던 사안이었고, 그 때문에 여전히 그의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과거의 숱한 막말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 잘나가는 인기 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던 김구라에게도 생각 없이 내뱉었던 위안부 비하 발언은 끝내 김구라의 발목을 잡아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당시 김구라는 4.11 총선에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용민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전적이 있었기에 일종의 정치적 희생양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될 정도였습니다.

김구라 측으로서는 다소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법도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김구라는 일말의 변명도 없이 자신의 지난날 철없는 과오에서 비롯된 행위였다며 머리를 숙이고, 가족들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과하였습니다.

언제부턴가 과거 막말이 논란이 되어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 미리 스케줄표를 적지 않았다는 그는 꽤 오래전부터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직까지 종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가해자 일본으로부터 정당한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한 역사적 현실과 사회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기에 위안부를 둘러싼 김구라의 막말 발언은 쉽게 용서받지 못할 사안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방송 활동을 중단하는 한편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김구라의 행보는 위안부 막말 논란 이후 싸늘했던 대중의 시선을 우호적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의도적이라기보다 김구라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얼굴에 철판 깔고 남의 잘못만 질책하기 바쁜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김구라에 대한 동정여론을 확산시킨 일등 공신인 셈이죠.

지금까지도 매주 틈나는 대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을 찾아 여러 가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 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족으로 불린다는 김구라의 참회는 진심으로 보입니다. 그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이후 유일하게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에서 열렸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콘서트가 전부입니다.

방송활동 중단 이후 지속적인 봉사와 반성의 '의지'를 보여준 터라 김구라에게 다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복귀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예상될 법도 합니다. 그간 김구라가 보여줬던 '봉사활동'이 "곧 재개할 방송 활동을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곱지 않은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구요. 하지만 아무리 방송 활동 복귀를 '가식'이었다고 해도 매주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가 그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동무가 되어주기란 진심어린 반성과 참회 없이는 불가능한 행보라고 생각됩니다.

비교적 짧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3개월이긴 합니다. 시기,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잘못 놀린 혀로 일으킨 실수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잠시 물러났을 뿐인 김구라를 전적으로 두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복귀를 위한 형식적인 반성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충실한 봉사로 참회했던 그의 행적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을 뉘우치고자 노력한 김구라를 이제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그의 복귀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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