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간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 기사 1~6면까지 도배
■ <조중동> “준비된, 안정된 지도자” 묘사...‘비판’‘검증’ 실종

오늘자 조간은 ‘박근혜의 날’이다. 21일자 전국 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모두가 예외 없이 1면 톱기사에 박근혜 의원의 새누리당 대선 후보 확정 소식을 대문짝만하게 올렸다. 모든 신문의 1면 사진도 그가 꽃다발을 들고 함박웃음을 띤 모습으로 장식됐다.

1면 뿐 아니라 앞쪽 주요 종합면 3~4개 지면들도 모두 박근혜 후보확정 관련 기사로 채워졌다. 동아, 중앙, 한겨레, 서울, 국민 등은 1면을 빼고 종합면 4개 면을 털어 관련기사로 도배했고 조선, 한국은 종합면 3개면을 내줬다. 사설에서도 모든 신문이 이 내용을 다뤘다.

박근혜 후보가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이자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후보임을 생각하면 이 정도 지면 할애가 과도하다는 불만은 일단 접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최대 6개 정도 지면을 장식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기사의 관점과 논조다.

조중동이 ‘박근혜 대망론’의 관점에서 지면을 편집한 것은 예상대로였다. <“불안의 시대엔 안정된 지도자 필요”>(동아일보),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됐다 - 위기.불안의 시대...준비된 지도자가 필요”>(조선일보),<후보 박근혜, 도전은 이제부터>(중앙일보) 등 1면 기사의 제목을 보면 박 후보를 바라보는 조중동의 관점을 뚜렷이 읽을 수 있다.

박 후보가 후보수락 연설에서 한 말을 따서 붙인 제목이긴 하지만 1면 톱기사의 제목만 보면 그는 ‘준비된 후보’ ‘안정된 지도자감’ ‘이제부터 도전해서 대통령에 오를 인물’로 그려졌다.

3~4개 종합면에 펼쳐진 박 후보 관련 기사의 제목을 보면 조중동의 이런 관점과 논조는 더 확실하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제 삶은 대한민국...마지막으로 무거운 책임 다할 것”><불통-고집 이미지는 실체 없는 낙인찍기> 등을 비롯해 박 후보의 수락연설 가운데 나온 ‘장밋빛’또는 ‘달콤한’ 정치적 수사들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아 지면에 전시했다.

4면에서는 톱기사 <22세 퍼스트레이디...“한 인간으로서의 꿈을 던져야 했다”-대선후보까지 걸어온 길>에서 박 후보의 출생.학창시절.퍼스트레이디 시절 등에 얽힌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뤘고 같은 면 <학창시절 생활기록부 보니...高3때 ‘지나친 신중성 때문에 과묵’評-중고등학교 6년 동안 반에서 1등 놓친 적 없어>기사에서도 노골적인 찬사 일색의 글을 풀어냈다.

동아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朴 “우리 주권-안위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 안겠다”><‘민생정책 잘 가다듬으면 野후보 누가 되든 승산>(3면), <“성난 파도 피하니 탄탄대로가...”“책임있는 자리 오르면..”>(4면), <“말 안바꿀거란 믿음줘”vs“자기 고집의 갑옷에 가려져”><원칙과 소신-공고한 지지기반 자산/중도-2040 끌어안을 정책-비전 필요>(5면),<매머드급 선대위 내달말 출범...이재오-김무성 합류 여부 관심>(6면)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도 <박근혜 “국민 대통합 최우선...100% 대한민국 만들 것>(3면), <교수 꿈꾸다 22세에 퍼스트레이디...천막당사 리더십으로 대선주자 대열에>(4~5면), <“ 확고한 지지 기반 있다 vs “젊고 개혁적 측근 없다”>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도배했다.

아무리 다시 봐도 ‘비판과 검증을 사명으로 삼는’ 언론매체인지 박근혜 홍보지인지 혼란스럽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의 일생을 ‘따뜻한 시각’으로 펼쳐 보여주고 긍정과 칭찬 일색의 펙트들을 모아 잘 정리해 주는 것이 언론의 비판과 검증일까? 그의 정치철학, 역사인식, 리더십, 국가관, 미래관, 경제관의 장단점과 강약점, 결함이나 비리 등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파헤쳐 독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비판과 검증의 사명이라면, 조중동은 여기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오늘자 조중동의 이런 문제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대목이 한 가지 있다. 조선일보 1면 톱의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 됐다>와 한겨레 오피니언 면의 ‘정석구 칼럼’ <‘독재자의 딸’ 무대에 오르다> 칼럼의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의 딸’로, 한겨레는 ‘독재자의 딸’로 표현했다. 이를 보수언론 조선일보와 진보언론 한겨레의 ‘관점(논조)’차이라고 볼 것인가? 아프리카 한 후진국 독재정권의 대통령이 국민을 학살했다면, 언론은 그를 그저 ‘아프리카 후진국의 대통령’으로 부를 것인가 ‘학살자’로 부를 것인가? 독일 아돌프 히틀러를 그저 ‘총통’이라고 부르는 언론과 ‘독재자’로 부르는 언론이 있다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 보수매체와 진보매체 또는 좌파매체와 우파매체 문제가 아니라, 이는 ‘거짓 언론’과 ‘올바른 언론’의 차이다.

다음은 21일자 주요 조간신문들의 1면 기사들이다.

◆ <경향신문>

<박근혜 “비리엄단, 상설특검 도입”-경선사상 최고 84% 득표율로 대선후보 당선>
중국 구카이라이 사형유예로 정치적 해결
통진당 황당한 ‘아메리카노 논쟁’

◆<국민일보>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의 도전 시작됐다
불황에 내몰리는 서민들 ‘슬픈 풍속도’/“내가 낸 국민연금, 대출할 수 없나요”
“은퇴 베이비부머들의 ‘팍팍한 삶’/남성 ‘나홀로 자영업’ 외환위기 이후 최다
불법 ‘LED 담배광고’ 단속 확대

◆<동아일보>

박근혜 84% 역대최고 득표율로 새누리 대선후보 확정/“불안의 시대엔 안정된 지도자 필요”
또 성폭행에...알바 여대생이 스러졌다
대기업 투명성 향상...‘경영진 견제’ 이사회는 뒷걸음

◆<서울신문>

△‘83.97% 득표’ 박근혜 새누리 대선후보 확정/‘박통’넘고 ‘불통’깨야
△5조원대 ‘태클’당한 한국기업
△공천헌금 의혹 현기환 오늘 소환
△美 롬니 “가혹한 제재로 북핵 완전 제거”

◆<조선일보>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당대회서 84% 득표/“위기.불안의 시대..준비된 지도자가 필요”
△日 사상 첫 올림픽 퍼레이드/시민50만명 운집했다는데
△한강 상수원에 오수 1만t 매일 버린 남양주시
△“이대통령 극히 무례한 발언...”/日 집권당 국회결의안 추진

◆<중앙일보>

△후보 박근혜, 도전은 이제부터
△대입 논술이 너무해<중>대학원생수준 인문논술-전문용어투성이 논문 주고/고3 논리력 평가하는 대학

◆<한겨레>

△박근혜 “과거로 가려면 한없어..이제 미래로 가자”
△IBM, 대법원에까지 서버열람 요구
△현기환 오늘 소환

◆<한국일보>

△“국민 대통합의 길 가겠다”-박근혜, 첫 여성대통령 후보에..“주권침해 용납 못해”
△IMF “한국, 日보다 대외안정성 높다”
△‘학교 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한 전북교육청 특감
△금품수수 선거사범엔 징역형-새 양형기준 내달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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