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20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KBS가 5.16을 '혁명'으로 묘사한 박정희 미화드라마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낳고 있다.

▲ KBS 새 노조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박태준 전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강철왕>이 내부 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음에도 무리하게 제작이 강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곽상아

20일 KBS 새 노조에 따르면,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드라마 <강철왕>과 관련해 KBS 드라마국 기획 회의에서는 '시장성이 없고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내려졌으나 지난 13일부터 포항에서는 <강철왕> 세트장 건설이 시작됐다. <강철왕>은 포항시와 경북도가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의 사업비를 협찬했으며, 포스코가 전반적인 제작을 지원해 내년 1월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 새 노조는 "드라마의 성격상 필연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박정희에 대한 개인적 미화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게 드라마 초고를 접한 드라마 간부들 다수의 견해"라며 "대본의 완성도도 심각하게 떨어져서 방송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드라마국 내부 회의 평가다. 상황이 이러면 이런 드라마는 기획단계에서 일찌감치 탈락됐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사측의 대응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내년 1월 방송 예정이기 때문에 특정 후보와는 관련 없다'는 KBS 사측의 입장과 관련해 "갈수록 대형화, 비즈니스화 하는 드라마는 기획, 제작 단계에서 이미 홍보가 이뤄지고, 파급력 또한 무척 크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드라마는 제작이 한창이고, 화제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기호 KBS 새 노조 부위원장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드라마국 공식 회의도 통과하지 못한 드라마인데 이미 회사측은 7월에 외주제작사에 편성의향서까지 전달했으며, 13일부터는 세트장 건설이 시작됐다"며 "세트장 건설만 해도 수억원이 소요되는데, 외주제작사가 독단적으로 강행할 수 있는가. KBS 최고경영진의 재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기호 부위원장은 "드라마국 기획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에게 들어보니, 드라마 시놉시스에는 5.16이 '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묘사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혁명을 꿈꾸어왔고, 혁명을 성공시킨 대통령'이라고 묘사돼 있다고 한다"며 "5.16에 대한 역사적 설정부터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사장이나 부사장 등 최고 경영진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철왕> 제작 강행의 배경에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KBS 사장이 교체되는데, KBS 내부에서 차기 사장을 노리는 이들이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신호'를 주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현석 위원장은 "기획회의, 편제회의를 통과한 다음에 세트장을 건설해서 내년 8월에나 드라마를 시작해도 될 텐데 왜 굳이 1월을 방영시점으로 맞춰놓고 서둘러 추진하는지 의문스럽다"며 "11월이나 12월에 드라마를 방송하기에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기 때문에 1월로 맞춰놓고 드라마 제작을 강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박태준 전 회장이 워낙 드라마틱한 인물이기 때문에 (외주사 측에) 관심을 표한 것일 뿐 아직 방송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대선을 앞둔 올해에 방송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방송되더라도 내년에 방송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강철왕> 드라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