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투데이 기사화면


머니투데이에 이색기사가 실려 화제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는 한 웹툰작가에게서 ‘멘붕’이나 ‘꿀벅지’와 같은 표현이 신문․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멘붕’은 일본 AV에서 자주 등장하던 용어를 웹툰 작가들이 퍼오며 한국에 퍼진 것이다. 일본 웹툰 작가들은 한국 현지에서 이 표현이 확산된 것을 보고 비웃는다. ‘꿀벅지’ 역시 웹툰에서 성적인 묘사를 할 때 사용되던 말이 확산되었다. 이것들은 10년 남짓된 웹툰의 영향력을 보여주지만 음란․폭력물이 늘어난 흐름도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 심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조어들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다.

기사 내용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해도 의아하다. ‘꿀벅지’란 말이 웹툰에 사용된다면 그 상황은 다소 성적인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멘탈 붕괴’의 줄임말인 ‘멘붕’이 웹툰에 사용되는 상황은 음란․폭력물이 아니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런 루트로 ‘멘붕’이란 말이 확산되었다 해도 그것이 최근 웹툰의 문제와 연결지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기사 내용의 전제들 역시 사실무근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 내용에 당혹스러워 한 누리꾼들은 일본웹에서 メンタル崩壊(멘탈붕괴)나 メン崩(멘붕)을 검색해도 그저 한국 쪽 신조어라 나올 뿐이라 지적하고 있다. AV에 ‘붕괴하다’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멘탈’과 연결짓거나 줄임말이 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멘붕’의 어원에 대해서는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갤러리에서 프로게이머들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다가 LOL 유저들에게 확산되었고 나중에 게임용어를 넘어 일상용어가 되었다는 설명이 다수설이다. 머니투데이 기사 역시 “첫 출발을 놓고 야구, 인터넷게임 등으로 해석이 분분한데 활용은 늘고 있다”라고 썼지만 웹툰 작가 한 명의 일방적인 발언으로 그 해석을 뒤집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언론이 사회문제를 문화생산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정부는 만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서비스 제공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통과시켰다. 조선일보는 올해 1월 신문 1면에 뜬금없이 한 웹툰의 폭력장면을 게재한 후 그것을 학교폭력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폭력적이라면 맥락없이 돌출된 그 신문의 1면이 훨씬 폭력적인 상황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월에 사전 심의제도 도입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 조선일보 1월 7일자 1면 기사

다행히 사전 심의제도는 통과되지 않고 자율심의제도 시행으로 사태가 끝났지만 언론사의 선정적인 보도가 문화생산자와 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법인데, 사실무근의 논거로 웹툰을 비판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한편 트윗믹스에서 24시간내 링크 검색을 ‘멘붕’으로 돌린 결과 트위터 여론은 이미 기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측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 현 시각 트윗믹스 최다 링크 공유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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