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 춘천 호반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 강원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평일 한낮임에도 참관석은 각 대선후보의 지지자들로 꽉 차 있었다. 경선에 대한 지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 새누리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10일 오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동계올림픽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김태호, 박근혜, 김문수, 임태희 후보.ⓒ연합뉴스

연설회장의 분위기는 대학교 응원전과 아이돌 콘서트, 종교 부흥회의 모습을 조금씩 섞어 놓은 듯했다. 흰 장갑을 끼고 참관석 맨 앞에서 구호를 맞추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러한 인상을 더했다. 행사 진행에 앞서 장내를 정돈하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행여 묻힐세라 지지자들은 한껏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새누리당 ‘공천 헌금’ 파문은 박근혜 후보의 충실한 지지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날 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는 임태희 후보처럼 정선아리랑을 부르지는 않았다. 김태호 후보처럼 큰절을 올리지도 않았다. 화려한 언사나 제스처 없이, 다만 연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후보의 홍보 영상과 정견 발표 연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박 후보는 다른 후보들처럼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가져가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오직 박근혜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강원도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만 이야기했다.

박 후보가 물으면 지지자들은 대답했다. ‘불통의 박근혜’는 적어도 지지자들과는 연설을 통해 ‘소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반도를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관리해서 강원도 경제를 살리고, 도민의 삶도 편안하게 만들 후보가 누구입니까.” “박근혜!” “입으로만 평화를 외치며 안보를 흔들리게 하고 남북관계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야당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그리고 한두 문장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와 장내를 가득 메웠다.

▲ 박근혜·김문수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오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김문수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좌중의 반감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연설 시작 전부터 김문수·박근혜 후보 지지자들 간의 기싸움이 조금씩 이어지다 연설 중반부터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과 친인척 비리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김 후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야유 소리가 장내를 뒤덮었다. 그에 지지 않으려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소리 높여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욕설과 환호, 고함 소리가 어지러이 섞인 터에 연설 내용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에 박 후보는 연설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면서도 기본적인 배려는 있어야 한다”며 “서로에게 상처가 나더라도 아물 수 있는 상처여야 한다”고 점잖게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맞습니다!”, “옳소!”라며 앞다투어 말을 보탰다.

합동연설회가 끝나고, 취재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러 온 박 후보 주변을 지지자들이 빙 둘러쌌다. 저마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박 후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안달이었다. 참관석에서 “의원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소리치던 지지자들은 박 후보가 손을 흔들어 주자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연설회장을 나서며 몇 시간 전에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대구·경북 연설회 분위기는 무서울 정도였어요.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공천 헌금’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이렇듯 박근혜 후보를 굳건하게 떠받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박 후보에게 연이어 가해지는 공격이 도리어 그의 존재감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취재 차량에 오르는 와중에, 한 지지자가 등 뒤에서 확신에 찬 어투로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파이팅! 의원님은 이번에 확실히 대통령이 되실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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