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막을 내렸다. 박기영은 김우현으로 살아가고, 조현민은 자살했다. 신효정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현민이 어떤 식으로든 단죄될 것이라는 내용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바 있다. 그래서 또 한번의 대단한 반전을 기대했던, 무언가 통쾌한 한 방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유령이 아무 반전 없이 끝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마지막 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죽인 조현민에게서는 분명 약간의 연민이 느껴졌다. 그는 죄인이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스스로 밝혔듯이 나쁜 짓을 해놓고도 오히려 높은 지위를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조현민이 정보를 가지고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근원에는 실제로 행해졌던 수많은 비리가 있었다. 만약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약점을 잡히지 않았다면 조현민은 그렇게 강한 힘을 발휘하진 못했을 것이다. 조현민은 죽었지만, 조현민 리스트에 올라왔던 사람들은 잠시 숨어 있다가 다시 또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조현민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유령은 조현민이 아니라 수많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단죄 받지 않는 사회의 기득권층을 의미한다. 그들은 유령처럼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조현민이 말한 대로 더 높은 지위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유령에서 그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묘사는 매우 단편적이다. 진짜 유령들을 세세히 묘사할 수는 없으니까. 유령이라고 하기에 조현민은 너무 많이 노출됐다. '유령'의 진짜 반전은 진짜 유령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예 나오지조차 못한 데 있다. 이들이 진짜 유령인데 말이다.

유령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그러나 우리 사회에 있는 '유령'을 끄집어내는 방법 또한 역설적으로 알려주었다. '더 큰 사건이 생기면 바로 관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던 조현민의 대사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유령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0과 1사이에 감춰진 진실은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터넷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0과 1사이의 진실은, '유령'을 기억하고 있다.

유령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국 사회를 그렸다. 그것이 과장된 것일 수도 있고, 변형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유령에 묘사된 한국 사회가 과장된 것이기보다는 적절히 축소된 것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어쨌든 그 축소된 세계 안에서 너무나 멋지게 우리의 이야기를 해준 웰메이드 드라마 '유령'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 및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역시 박수를 보낸다. 유령은 훌륭했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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