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차라떼' 처럼 변해버린 낙동강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오마이뉴스

낙동강 ‘녹조’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속이 느려져 생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폭염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BS 송성준 기자의 ‘낙동강 녹조…‘보 때문'이 아니라고?’라는 제목의 취재파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송 기자는 “사회부 부산 주재 기자로서 현장을 뛴 지 20년이 넘는다. 해마다 태풍과 장마 폭우 가뭄 등으로 낙동강 취재를 해왔다”면 “(낙동강 녹조가) ‘보와는 무관하다’는 (정부의)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송성준 기자는 “현재 심각한 조류 번식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보 주변 강물이거나 유속이 느린 지점”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는 “보 건설 이후 올해 첫 해에 이러한 극심한 조류가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의 자정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반복될 수 있기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스는 ‘환경전문기자’ 기자로 활약했던 박수택 전 SBS 기자의 의견을 물었다. 박 전 기자는 환경 전문기자 가운데 최고의 베테랑으로 꼽힌다. 박 전 기자는 “직접 보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열불이 난다”며 답답한 심경부터 털어 놓는다. 그는 2010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논설위원(비제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수택 전 기자는 낙동강 녹조현상과 관련해 “언론인의 양식을 바탕으로 보면 알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좋아지고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며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낙동강의 녹조현상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자연의 판정”이라며 “하느님이 주시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박수택 전 기자는 최근 녹조 문제에 대해 “정부의 주장대로 폭염의 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강 전체에 걸쳐 녹조가 생겨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박수택 전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박수택 SBS 논설위원(전 환경전문기자)ⓒSBS
- 전국의 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낙동강이 심각한 상황인데…. 원인이 뭐라고 보나?

“4대강 사업에 착공하기 전부터 전문가 그룹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한 쪽은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지고 풍부한 수자원이 확보될 것이라며 공모자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른 쪽은 4대강 사업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이번 낙동강 녹조현상은 그 두 그룹의 주장에 대한 자연의 판정이다.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봤기에 당시 열심히 보도했던 것인데 우려가 그대로 나타났다. 예측이 맞았다고 기뻐할 수도 없고 참담하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언론들이 더 많이 보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구약성경 출애굽기의 한 구절이 생각나더라. 파라오 왕이 이스라엘 민족을 풀어주라는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아 이집트가 피바다가 됐다는 이야기다. 자유롭게 다니는 유목민족을 자원(노예)로 쓰기 위해 잡아뒀으니 재앙을 받은 것이다. 4대강 사업도 같다. 물은 흐르는 것이다. 그것을 자원으로 쓰겠다고 억지로 가두고 있으니 재앙을 받은 것이다”

- 폭염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

“물론 그렇다. 그런데 4대강 비판 진영의 말이 더 맞다. 환경부는 고온이나 가뭄, 폭염 탓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전에도 낙동강 강물이 정체가 되는 곳은 녹조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강 전체에 걸쳐서 녹조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녹조가 발생하는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준설을 통해 강바닥의 모래를 퍼 올렸다. 미생물이 살고 있는 강모래는 자연의 필터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준설을 통해 사라졌다. 그것으로 인해 강의 오염이 가중됐다.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부에서 한 말이다. 2004~2005년 팔당호의 강바닥을 준설하겠다고 했을 때 환경부에서 ‘강바닥에 사는 미생물들이 사라져서 오염된다’며 안 된다고 이야기했었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변의 습지대를 콩크리트로 제방하면서 갈대나 수초들도 사라졌다. 자연 정화 기능이 약화된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땅이 사람들로 하여금 많이 오염됐다. 곳곳에 난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강에 쓸려 들어가 녹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여러 원인들로 인해 녹조는 제철을 만난 것이다. 폭염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정부에서는 ‘댐(보)을 쌓아 유속이 느려지고’, ‘강바닥을 준설해 미생물이 사라지거나’, ‘땅이 오염됐다’는 3가지 원인에 대해서는 빼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 탓이라고만 하는 정부의 논리가 안 맞는 이유다”

- 4대강 사업 때문이라면 녹조의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지금은 국가적 재난상황이다. 원인을 두고 싸울 게 아니라 정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녹조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는지 국민 앞에 심판을 받아야할 때이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한 쪽에서는 당시 수질이 좋아진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됐냐.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자들은 다 어디에 갔냐. 당시 대운하에 찬성하면서 강에 배가 다니면 공기가 들어가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던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은 녹조로 뒤덮인 강의 수질을 높이기 위해 몇 미터의 배가 다니면 좋을지 논문을 낼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 4대강 사업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다툴 차례다”

▲ 녹색연합이 7월29일에서 8월3일 사이 낙동강의 수질을 모니터링한 결과 '녹조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사진은 낙동강 중류에서 확인한 간질환 독성 성분을 가진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녹색연합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