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현상이 지상파 뉴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녹차라떼’, ‘녹차곤죽’ 등 낙동강 중류까지 퍼진 녹조현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지만 방송3사 뉴스에서는 해당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은 팔당호 등 한강의 녹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낙동강에 대한 리포트는 찾아 보기 어렵다.

낙동강 녹조현상에 대해 시민사회, 학계, 주민들이 원인으로 지목한 ‘4대강 사업’ 이야기는 지상파 3사 뉴스에서는 숨은 그림찾기를 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원인으로 꼽는 ‘폭염’ 주장이 설득력 있게 시청자들에 전달되고 있는 상황과는 정 반대다. 이렇듯 낙동강 녹조현상에 대한 방송3사의 보도는 실망스럽다. 이 가운데, 북한강의 녹조 원인이 북한의 금강산댐 준공 때문이라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녹조현상이 대한민국을 뒤엎은 때는 7월 말부터이며 본격적으로 문제로 제기된 때는 8월 초.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관심은 온통 2012런던올림픽에 쏠려 있었다.

▲ 지난 7일 KBS '뉴스9' 리포트. 해당 리포트에서는 "열흘 넘게 계속된 폭염에 녹조가 한강과 낙동강 등 전국 주요 식수원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녹조의 원인을 '폭염'이라고만 지적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장의 인터뷰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KBS

KBS, 폭염으로 인한 ‘녹조’로 단정…4대강 사업 언급도 없어


KBS <뉴스9>는 2일 ‘하늘에서 본 녹조현상 심각…‘식수 비상’’ 리포트를 통해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수도권의 주요 식수원에서 녹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호와 춘천 의암호의 녹조현상을 집중 조명됐다. 이날 KBS는 헬기를 띄우는 등 녹조의 심각성을 드러내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도권’에 한정됐다.

6일 ‘녹조 확산…수도권 수돗물 비상!’ 리포트에서 역시 “조류주의보가 내려진 팔당호와 북한강 상류”라며 “상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강물을 타고 한강까지 내려왔다”는 보도뿐이다.

7일 ‘폭염에 낙동강·한강 녹조 확산…수돗물 비상!’ 리포트에서 드디어 “영남 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강도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하류에서 시작된 녹조가 대구를 지나 상류 쪽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낙동강 녹조가 뉴스에 등장했다. 하지만 KBS는 “열흘 넘게 계속된 폭염에 녹조가 한강과 낙동강 등 전국 주요 식수원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며 곧바로 “정부는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도 긴급히 대책을 내놨다”며 시선을 돌렸다. KBS는 녹조의 원인을 ‘폭염’에서 찾았다.

KBS <뉴스9>는 그 후로, ‘한강에도 ‘독성 분비’ 녹조…식수 안전은?’(8일), ‘한강 서울 구간 4년 만에 ‘조류주의보’ 발령’, ‘전국 수돗물 녹조 비상…‘천연제거제’ 까지’(9일) 보도가 이어졌지만 “4대강 사업” 이야기는 언급조차 없었다.

MBC, “녹조 원인 의견 분분…중요한 건 우리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느냐”

MBC <뉴스데스크>는 2일 ‘폭염에 식수원 ‘녹조’ 비상‥수질관리 나서’ 리포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수중 촬영을 통해 “마치 녹차를 타놓은 듯하다”고 심각성을 드러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팔당호’에 한정된 뉴스였다.

4일 ‘[집중취재] 녹조 팔당댐 위협‥먹는 물 ‘비상’’ 뉴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일 MBC는 “낙동강 중류도 역시 남조류가 기승”이라고 전달했지만 팔당호 녹조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언급되는 수준이었다. 낙동강 녹조 원인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는 4대강 보가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며 “정부는 그러나 고온 현상 탓이 크고 낙동강의 경우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완비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9일 ‘[집중취재] 녹조 확산 원인은?‥‘독성물질’ 피해 우려’ 리포트에서도 “환경단체는 보 주변에 녹조가 집중됐다며 4대강 사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러나 지난 20일간 강수량이 예년의 5%에 불과하고 폭염이 계속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상충된 견해를 반복해 전달할 뿐이었다.

4대강 때문인지 아니면 폭염 때문인지 어느 쪽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였지만 뉴스는 “중요한 건 우리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느냐이다”라면서 원인분석에 대해선 넘어갔다.

SBS, 물 흐름에 따른 녹조차이 확인하고도 ‘4대강 때문’이라고 말 못해

SBS <8뉴스>는 8일 뒤늦게 ‘영남권 ‘젖줄’ 낙동강, 극심한 독성조류에 몸살’ 리포트가 배치됐다. SBS는 낙동강의 ‘합천보’를 조명하면서 “넓은 강이 온통 녹색으로 변했다”, “합천보에는 독성 물질을 분비할 수 있는 남조류가 두텁게 층을 이루고 있다”며 심각성을 드러났다.

합천보 위쪽 낙동강 중류인 대구시 달성군 도동나루터의 녹조에 대해 “조류가 가득한 물은 녹색 페인트처럼 끈적거린다”며 “낙동강 물을 채취해 냄새를 맡아 보니 비릿하면서도 고약한 냄새가 나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마을 주민은 낙동강의 물 색깔이 이렇게 변한 것은 처음“이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녹조의 원인에 대해 SBS는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물이 정체된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조류가 급증했을 뿐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라고 기계적 중립을 고수할 뿐 원인분석은 따로하지 않았다.

뉴스 중간 “물 흐름이 느린 곳과 물 흐름이 빠른 곳의 물 색깔이 확연히 차이 난다”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지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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