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가 “심의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허리우드 액션’이라고 알려진 권재홍 앵커 부상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심의가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9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5월 17일 방영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박만 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 심의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제23조(심의위원의 제척·기피·회피) 규정을 근거로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회피신청을 할 수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 박 위원장은 “권재홍 앵커와는 고교 선후배간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기피 이유를 밝혔다.

▲ 5월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과의 충돌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MBC

야당 추천 위원은 ‘시청자 사과’, 여당추천은 ‘문제 없음’

야당 추천 김택곤 상임위원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부주의에 의한 게 아니라 의도적인 왜곡 흔적이 있어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에 의한 물리적 충격으로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은 권재홍 앵커도 특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MBC 경영진은 뉴스 전달자이면서 사건의 일방이다. 공정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객관성’, ‘공정성’ 위반을 지적했다.

박경신 위원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은 노조가 권재홍 앵커를 폭행한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일 게시판에는 “권재홍 앵커가 노조에게 맞았다”, “권재홍 폭행사건은 기네스북 등록감”이라는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박경신 위원은 “회사 측에서도 신뢰도를 언급하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MBC 자체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한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문제없음’으로 결론난다면 그것은 방통심의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MBC 측은 시간이 부족해 추상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총 36초간 뉴스를 전달하면서 정연국 앵커와 배현진 앵커는 ‘노조원의 출근 저지과정에서 신체에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낙인 위원은 “뉴스의 핵심은 정확성”이라면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관계자 징계’를 고수했다.

반면, 정부여당 추천 엄광석 위원은 “(권재홍 앵커의 퇴근)상황을 추측해보건대 노조의 저지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발을 헛디뎠다는 점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 문안을 봤을 때 ‘허리 등 신체일부에 충격을 받았다’는 점은 팩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문제없음’을 의견을 냈다.

박성희 위원은 “메인앵커가 뉴스를 방송하지 못하게 된 상황은 시청자의 알권리에 따라 TOP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며 ‘문제없음’에 동조했다. 최찬묵 위원은 “보도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어긋남이 없다”, 구종상 위원은 “소위 다수 의견(문제없음)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문제없음’ 4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2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관계자 징계’ 1인으로 의견이 갈렸다. 문제는 박만 위원장을 대신해 회의를 진행하던 권혁부 부위원장이 기권하면서 발생했다.

심의 ‘부결’, 민감한 이슈 피해가는 방법?

권혁부 부위원장은 “(‘문제없음’에서)의견을 바꿔 기권하겠다”며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부결됐다”고 선언했다. 어떠한 의견도 출석위원의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권혁부 부위원장의 ‘부결’ 선언에 따른 해석을 놓고 위원들간의 서로 다른 주장이 이어졌다.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박만 위원장은 “부결은 (심의에서)있을 수 없다. 결론이 안 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미결상태’라고 설명했다. 박경신 위원은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으면 다 기권해버릴 것이냐”며 “과반이 동의 못했다면 ‘의결 보류’된 것으로 차기 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 끝에 방통심의위는 법률검토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결국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심의를 계속 할 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8월 28일 오후 3시로 미뤄졌다.

한편, 황상민 교수가 출연해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한 발언에 관해 후속 방송한 JTBC <JTBC 뉴스 사사건건>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대해 방송심의소위에서 ‘의견진술’을 듣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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