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권혁부)는 8일 MBC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옹호했다”며 KBS <시사기획 창> ‘2012 노동자의 삶’ 편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또한 이날 소위에서는 <시사기획 창>의 의견진술 청취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갔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KBS <시사기획 창>은 MBC·YTN·KBS 등 언론사 파업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BS <시사기획 창>은 MBC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한 쪽은 MBC였다. 하지만 MBC 사측은 뒤늦게 “김재철 낙하산 사장이 방송을 망가뜨렸다”는 노조 측의 입장만을 전달했다며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 7월 10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캡처

이날 소위에서 야당 추천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들은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KBS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때는 이미 KBS의 파업은 종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권혁부 소위원장과 엄광석·박성희 위원이 제작자에 대한 의견진술 청취를 요구하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엄광석 위원은 “판단이 모호한 경우에도 의견진술을 들었다”며 “소위원회에서 제작자의 의견진술을 들을 것인지조차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성희 위원도 “KBS <시사기획 창>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50%”라고 가세했다.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들은 “의견진술을 들을지 말 것인지를 전체회의에서 결정하자”며 ‘권재홍 허리우드 액션’, ‘백선엽 다큐’, ‘정율성 다큐’ 등의 처리절차를 선례로 들었다. 해당 안건들에 대한 의견진술 여부를 전체회의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합의가 안 되면 그동안 전체회의에 올라갔던 게 관례”라면서 “하던 대로 하라”로 촉구했다.

의견진술 청취 여부를 놓고 설전이 이어지자 의견진술을 주장하던 권혁부 소위원장은 “안건을 보류하겠다”며 회의를 끝냈다.

해당 안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보도·교양방송 특별위원회는 KBS <시사기획 창>과 관련해 5명이 “문제있음”을, 4명이 “문제없음”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결로 심의가 진행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MBC 사측은 KBS <시사기획 창>에 대해 로펌을 통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KBS도 90일간 똑같은 이유로 파업을 했다. 그런데 자사의 문제는 한 줄로 그치면서 경쟁사에 대해서는 몇 배의 양에 해당하는 것을 방송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서 (MBC 파업이)‘불법’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고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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