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문 이중게재 보도 누락,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 <추적60분> 불방, KBS <추적60분> 4대강편 2주 결방사태 등을 주도한 장본인으로서 '권력지향방송의 화신'이라고 불렸던 인물.

▲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박재완 논문 이중게재 보도를 9시 뉴스에서 누락시켜 논란을 일으켰던 당시인 2010년 5월 6일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보도본부 특보 캡처

KBS본사의 보도제작국장, 시사제작국장 재직 시절 현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온몸으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1년 1월 부산총국장으로 '영전'했고, 2012년 2월에는 'KBS 보도본부장'이라는 타이틀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지난 1월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 KBS 양대 노조의 신임투표에서 투표 참여 인원 대비 84.4%의 불신임을 받은 직후 스스로 사퇴하자, 그 자리에 '이화섭'이라는 '더욱 걸출한' 인물이 들어선 것이다.

당시 KBS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이화섭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알고도 보도본부장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은 KBS 기자 전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 일"이라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결국 이화섭 보도본부장 임명은 3월 2일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뒤이어 3월 6일 KBS 새 노조의 총파업으로 연결됐다. KBS 새 노조는 6월 5일 회사측과 합의하면서 8일 오전 5시부터 업무에 복귀했는데, 당시 회사측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거취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구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 <미디어스>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함철 회장을 만났다. ⓒ곽상아
그러나, 이화섭 본부장이 임명된 지 만 6개월이 지나고, 새 노조가 총파업을 푼 지 곧 2달이 되어가지만 이화섭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현 시점에서 KBS 기자협회는 '이화섭'으로 상징되는 KBS 불공정보도 문제의 개선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미디어스>는 2일 오후, 함철 신임 KBS 기자협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공채 23기로 1996년 입사해 시사보도팀, 정치외교팀, 국제팀 등을 거친 뒤 지난달 9일부터 1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함철 회장은 "신임 집행부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바로 '이화섭 본부장 퇴출'"이라며 "8월 말 이후 이화섭 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KBS 기자협회는 회사측에 △김용진 기자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올곧게 기사를 써온 기자들에 대한 '보복인사'를 철회할 것 △해체된 탐사보도팀을 부활시킬 것 △독립적인 '대선후보검증 TF' 마련할 것 △소통 활성화를 위해 보도본부의 내부 게시판을 실명에서 다시 익명으로 전환할 것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에 대한 회사측의 조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본부장 신임투표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KBS 기자협회는 비상총회를 열어서 '제작거부나 본부장에 대한 신임투표의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가 정할 수 있도록 일임'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함철 회장은 "우리가 언제든지 신임투표나 제작거부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 사항에 대한 회사측의 개선 조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신임투표를 시행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요구사항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에 띄게 진전된 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KBS는 (MBC와 달리) 뉴스 시간은 꼬박꼬박 지키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불공정 편파방송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언급되지 않았습니까? 기자들이 공정방송을 외치며 제작을 거부한 사이, 현 보도본부 간부들은 뉴스를 더욱 엉망으로 끌고 갔고 그 정점에는 이화섭 본부장이 있었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화섭 본부장은 심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만약 이화섭 본부장이 투표를 통해 기자협회 회원들로부터 과반의 불신임만 받아도 사실상 그 순간부터 본부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대표성, 신뢰성, 자격성 등 모든 측면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본부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거죠."

3월 2일 발표한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KBS를 김비서라고 부르는 현실이 비참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던 KBS 기자들. KBS 기자협회는 'KBS 뉴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화섭 본부장 퇴출 등의 '투쟁'과 함께 KBS 뉴스에 대한 '연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5년간 KBS뉴스가 정말 많이 후퇴하지 않았습니까? 이를 제자리에 되돌리고, 진일보해 나가기 위해서 'KBS 뉴스는 어때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 조직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 토론을 진행해 내년 1월에 'KBS뉴스'의 새로운 상을 그리는 보고서를 발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1년간의 활동방향은 '투쟁'과 '연구' 투트랙인 거지요. KBS 뉴스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기가 됐어요."

또, 함철 회장은 8월 안에 새 노조와 함께 '대선 공정보도 감시단'(가칭)을 발족해 "대선 보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보다 세밀하게 진행할 것"이며 "편향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사후적인) 뉴스 분석 뿐만 아니라 사전 감시체계를 상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

본지의 <"이화섭 KBS보도본부장 퇴출 위해 8월 말 이후 신임투표"> 기사에 대해, 7일 KBS 사측은 ‘현재까지는 KBS 기자협회의 요구사항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에 띄게 진전된 게 없다’고 밝혔다는 함철 기자협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탐사보도팀 신설을 위해 KBS 사측은 지난달 2일자 평기자 인사 때 탐사제작부 인원을 추가 배치하고, 이미 팀장(이주형 기자)인사 발령도 나 있는 상태이며, 전문 리서처 등 지원인력도 배정돼 있는 등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라고 밝혀왔다.

또, 이화섭 본부장을 ‘KBS 추적 60분 4대강편 2주 결방사태를 주도한 장본인’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KBS 사측은 ‘당시 4대강 관련 선고 공판이 방송 이틀 후로 예정돼 있어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돼 방송을 불가피하게 연기한 것이며, 두 번째 결방은 4대강과 같이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의 경우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일 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이밖에, ‘(새 노조가 파업을 풀 당시) 회사측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거취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구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대목에 대해, KBS 사측은 “당시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보도본부장 거취에 대한 어떤 이면 합의도 없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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