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는 한국이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한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문화가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은 사대주의도, 국수주의도 아니고 그냥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파리의 클럽에서 한국 노래가 나오면 신나고, 해외의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하면 기쁘다. 문화를 인정받는다는 건 그렇게 기쁜 일이다.

그래서인지 문화인들은 항상 '세계진출'을 꿈꿔왔다. 영화계도 마찬가지고, 대중문화가 아닌 순수문화 쪽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들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뮤지션들도 세계를 꿈꾼다.

뮤지션들도 성과를 만들어냈다. 바로 K-POP 열풍이다. 비록 일부에 국한된 것이고, 매니아에 한정된 것이지만 일단 성과는 성과다. 그런데 이 K-POP 열풍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팝의 본거지이자 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시장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땅 덩어리가 넓다. 많은 가수들이 아주 많은 음원을 발표하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동네의 작은 공연장에서 부터 천천히 공연을 해가면서 자신들의 노래를 알리고 점점 규모를 키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가수들과 노래들이 걸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 말고도 사실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미국 시장에서 팝이라는, 그들의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은 정말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꼼수가 있다. 인터넷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인터넷 스타가 되면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 싸이가 겪고 있는 일이다.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조회수 천만을 넘기자 CNN에서 방송이 됐고, itunes 댄스 차트의 수위권에 올라갔다. 조금 남사스럽기는 하지만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가사는 그들에게 'Open Condom Style'로 들리면서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국적 인지도' 이걸 싸이가 단박에 얻은 것이다.

미국은 방송국이 엄청나게 많다. 지역 방송, 케이블 방송을 합치면 수백 개가 넘는 채널이 존재한다. 모든 방송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목을 끌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유혈이 낭자한' 프로그램을 틀라는 그들만의 은어도 있다. 일단 자극적이면 먹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가수 중의 하나가 싸이다. 장담한다. 싸이의 춤사위를 보라. 진짜 대단히 자극적이지 않은가?

과거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와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창력을 선보였던 중국인 참가자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음원까지 발매한 적이 있다. 그는 조롱거리였지만 인기를 얻었었다. 싸이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싸이가 미국을 가야만 하는 이유다.

즉, 싸이는 미국 시장에서 일단 '관심거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관심거리로서 조롱의 대상만 될 것 같으면 당연히 가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엽기'로 관심을 얻겠지만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좋다. 현재 해외 클럽에서 그의 노래를 트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한다. DJ입장에서도 그의 음악을 틀면 신나니 좋고, 게다가 가사를 보면 'Open Condom Style'로 들리니 클럽에서 틀고 싶은 노래 아니겠나? 결국 그는 엽기로 관심을 끌고 노래로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싸이의 성공을 확신케 하는 요소는 그의 공연이 세계적이라는 점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공연의 최고는 싸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규모 소규모를 가리지 않고 그의 공연은 최고다. 그의 공연이 미국에선 안 통할까? 아니 분명히 통할 것이다. 일단 미국의 유명 음악을 샘플링한 곡이 있다는 점도 장점인 데다가, 비욘세 패러디 한 번 해주면 끝나는 것이다. 그냥 그거 한 방으로 다 보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싸이가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러디 한 번씩 해주면 미국 애들 초토화될 거다. 그런 걸 생전 봤어야 말이지.

그래서 나는 싸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미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모든 가수들 중에서 가장 실력 있고, 가능성도 높은 이가 현재로서 그이기 때문이다. 또 누가 아나? 팝의 본고장 미국에 '브리티쉬 인베이젼'처럼 '코리안 인베이젼'이 일어날 수 있을지? 미국이 종주국이고 짱이라서 쓸 데 없는 소리 말라고 하진 말자. 일본도 유도에서 지는 경우 많고, 축구 종주국 영국도 한국에 져서 4강 탈락할지 모른다. (사실 이건 바람일 뿐이고)

코리안 인베이젼의 시작으로 '싸이'라면 가히 핵폭탄급이라 생각하는 본인으로서는, 정말 진지하게 그가 미국으로 가주길 바란다. 성공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높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까이 꺼 '싸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싸이'여 제발 미국 한 번 가봅시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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