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주제로 담았던 '괴물'이 미군의 독극물 무단 방출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담았다면, '연가시'는 거대 제약회사의 탐욕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특별한 괴물이 등장한다는 점과 환경오염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사회적 의식은 '괴물'보다 진일보했고, 재미는 '괴물'보다 앞서지 못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연가시에 담은 인간 탐욕에 대한 보고서

웹툰으로 인기를 모았던 '연가시'가 영화화되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누르고 티켓 파워 1위라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가시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최근 유행하듯, 정치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의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는 점에서도 '연가시'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인 재혁(김명민)은 형사인 동생 재필(김동완)의 잘못된 주식정보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촉망받던 박사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의사들 비유나 맞춰야 하는 약장사가 된 그는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합니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먹는 데 정신이 없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아들과 딸에 착한 아내인 경순(문정희)까지, 오늘 때려 치워야겠다고 다짐한 직장을 내일 다시 향하는 이유는 모두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잘못된 주식정보로 인해 형을 몰락시키고 자신마저도 월급을 차압당하는 인생을 살게 된 재필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식정보를 제공한 인물에게 다시 대박 주식정보를 요구합니다. 더 이상 밀릴 데가 없는 재필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제시한 제약사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연인 연주(이하늬)에게 돈을 구걸할 정도로 절박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몰락한 형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하는 그에게 지역 수사 지시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그곳에서 벌어진 이상한 죽음에 대한 정보는 그를 당황하게 합니다. 차 안에서 하루를 보낸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합니다. 서울 한강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겁할 정도의 사체가 그 아름다운 강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필이 목격한 사건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전국에서 수십 명의 의문의 사체들이 나오며 원인 찾기에 분주해집니다. 사체에서 발견된 기생충을 통해 '변종 연가시'가 원인임을 밝혀내지만 해법을 찾지 못합니다.

'변종 연가시'에 노출된 이들은 과도한 식사에 집착하지만 섭취량에 비해 체중이 늘지 않고, 사망 2, 3일 전에는 극심한 구갈 현상을 보입니다. 결국 더 이상 갈증을 참지 못하는 이들은 강으로 뛰어들어 숨지고 맙니다. 치사량이 100%에 달하는 '변종 연가시'는 사람의 몸속에 기생하며 인간의 뇌를 조종하고 물속에서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종을 퍼트립니다.

노출된 모든 사람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죽어버리는 이 무서운 질병에 효과적인 약이 발견되며 상황은 급반전을 이끌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에 넘어간 제약회사에서 내놓은 구충제가 '변종 연가시'를 잡아내는 특효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질병에 100% 효과가 있는 치료약이 있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 특효약을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회사의 생산설비가 노후화되어 치료약 생산이 힘들다는 대표의 발언은 국가 비상사태를 더욱 경악스럽게 만듭니다.

재필은 독촉해왔던 업자를 통해 최근 가장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는 제약회사가 바로 치료약을 가진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변종 연가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약 회사가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이라는 사실은 재필에게도 경악스럽게 다가옵니다.

가족들이 '변종 연가시'에 감염되어 치료약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재혁은 과연 실체를 찾아 죽음 앞에 내던져진 가족의 생명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몸속에 침투해 인간의 뇌까지 지배하는 기생충으로 인해 재앙과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가시'는 지독한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는 '기생수'라는 일본 만화에서도 보여지듯 흥미로운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형식의 공포를 심어주는 기생충이야기는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미 웹툰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연가시'가 영화로도 성공한 것이 신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스러운 흥미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이런 외형적인 재미와 달리 그 안에 숨겨진 주제가 '연가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인간 내면에 숨겨진 탐욕이라는 괴물을 '변종 연가시'와 결합시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영화는 흥미롭습니다. 외국 자본에 의해 잠식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론스타 등 철저하게 대한민국 자본을 침탈하던 외국 자본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돈만이 세상의 모든 가치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런 일들은 충분히 가능한 상상입니다. '변종 연가시'에 전염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내놓고 잡히지 않은 허망함을 쫓아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에 기생해 식탐을 유도하고 모든 기를 뽑아 또 다른 인간을 위해 물 속으로 퍼져가는 '변종 연가시'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속성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연가시'의 영화적 재미가 '괴물'보다는 못하지만, '괴물'을 능가하는 문제의식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가시'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대단한 호평을 받는 이유는 이 지독한 세상에 대한 대중의 염증이 폭발직전이라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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