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통위는 관제방송 확대하는 밀실 '영어FM' 도입결정을 당장 철회하라 -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전국에 영어 라디오방송(FM) 개국을 위한 기본 계획을 심의, 의결 했다. 올해 안에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영어FM 심사절차를 거쳐 서울, 부산, 광주에 먼저 개국하겠다는 발상이다.

주파수 재원이 허락하고 생산 가능한 콘텐츠와 방송을 지속할 시장이 허락한다면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과 복지를 위해 가능한 많은 라디오방송을 허가할 일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영어 라디오방송(FM) 도입을 결정하면서 몇 가지 큰 허점을 나타냈다.

먼저 영어 FM 방송 개국 결정은 방통위의 독단이다. 공식적인 방통위 대외 공표자료 어디에도 나타나있지 않다. 단 한 번의 비공개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옛 정보통신부는 그 동안 수도권에 더 이상 FM 라디오를 위한 주파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그랬던 정통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옷을 갈아입자마자 대통령의 ‘영어사랑’을 받들어, 어느 순간 없던 주파수를 기적같이 만들어냈다. 주파수는 모든 국민의 공동자산이다. 대통령의 것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것도 아니다. 힘들게 찾아낸 주파수를 이용할 대상이 꼭 영어방송이어야 하는 지는, 주파수 자원의 주인인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방통위의 발표대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 증진과 다인종․다문화 시대에 영어방송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 방송의 FM 전환을 요구하는 등 기타 여러 분야의 전문 라디오방송 수요가 많다. 방통위의 독단적인 영어FM방송 도입 결정은 국민적 저항에 항복한 이명박 정권의 영어몰입교육을 방송을 이용해서 지원하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방송사업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겠다는 결정을 보면 방통위가 제 정신인가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송사 사장 노릇을 하는 관제방송에 언론독립을 요구할 수 없다. 시장 개인과 시정을 일방적으로 홍보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방송은 구조적으로 언어만 달리할 뿐 정권의 나팔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화된 사회에서 여론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관치는 민주사회의 자율과 시민의 참여를 부정한다. 여론과 문화양식을 결정하는데 매우 영향력이 큰 지상파방송을 관치와 관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는 더욱 인정할 수 없다. 관영방송은 방송언론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소유․경영 형태다. 이참에 기존 모든 관영방송도 소유∙경영형태를 민간이나 공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아날로그 FM 라디오방송을 허가하는 것은 라디오방송 디지털 전환을 어렵게 한다. 라디오는 아날로그 형태로 남아 있는 유일한 방송으로 잃어가는 매체 경쟁력을 회복하고 청취자 이익을 위해 속히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전송방식 결정을 위한 보고서가 구 정통부에 보고된 상태다. 그러나 기존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 없이 모두 수용하면서 전환해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전송방식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 이 시기에 아날로그 라디오방송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은 사업자간 이해 다툼과 전송방식 선택의 어려움 등 행정 효율을 떨어뜨려 디지털 전환을 더디게 한다. 재개발 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어 주어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꼴이다. 신규 라디오방송 허가는 라디오방송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후 고려할 일이다.

방통위의 영어 FM 라디오방송 허용은 절차와 방법, 정당성, 장기 방송정책 등에서 어느 하나도 바람직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다.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았고 회의 공개를 규정한 방통위법을 무시하고 단 한차례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이번 방통위의 결정을 대통령 직속의 공무원 집단이 정권과 코드를 맞춘 패악으로 간주한다. 방통위는 정권의 야합을 즉각 철회하고 공론의 장으로 방송정책을 가지고 나올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관영∙관치방송 탄생에 찬성한 방통위원의 명단과 그들의 변명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동시에 방통위는 시대착오적인 관제방송 확대정책을 당장 폐기하라!

2008년 5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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