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하면 입만 아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왕 보시려는 분이라면 아이맥스를 찾겠죠?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한 예고편에도 마지막에 저렇듯이 "아이맥스로 체험하라"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크 나이트>는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일부를 'DMR(Digital Media Remastering)'이 아닌 오리지널 아이맥스로 촬영을 했었고, 그 진가는 이미 여러분이 극장에서 확인하셨을 겁니다. 더욱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아이맥스로 촬영한 분량이 1시간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어찌 기꺼이 관람료를 더 주더라도 아이맥스로 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맥스로 보지 않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더 이상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또한 아이맥스 예찬론자임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 크리스토퍼 놀란이 전에 없는 분량으로 작정하고 아이맥스로 촬영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일반 극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건 적어도 제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각설하고, 위는 '슬래쉬 필름'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아이맥스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을 공개한 영상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극장은 북미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스크린을 보유한 'Liberty Science Center'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영상을 보면 감탄하고 놀랄 겁니다. 아이맥스 70mm 필름과 일반 35mm 필름의 크기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영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반 70mm 필름과 아이맥스 70mm 필름의 크기도 차이가 꽤 납니다. 그만큼 화질면에서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우와~ 역시 아이맥스를 택하길 잘했어!" 등의 감탄사를 내뱉거나 더 큰 기대를 품는 것은 금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저렇게 볼 수 없습니다.

▲ 디지털 아이맥스 영사기 (출처: www.lfexaminer.com)
예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내에는 현재 아이맥스를 필름으로 상영하는 상업극장이 전무합니다. 적어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상영할 극장은 없습니다. 국내에서 아이맥스를 독점하고 있는 CGV가 몇 년 전에 영사기를 죄다 디지털로 교체했거든요. 그렇다고 CGV를 비난할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미도 예전부터 아이맥스를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제나 그놈의 돈이 문제죠. 또한 영상에서 아이맥스 필름의 크기를 보셨다면 무게가 엄청날 것이란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아이맥스 또한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로 진화 아닌 진화를 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맥스 인트로 영상

일반 필름과 디지털을 견주면 후자의 화질이 월등한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아이맥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맥스에서는 오히려 디지털이 필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35년 이상을 아이맥스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베테랑인 맥길리브레리 프리먼의 말에 따르면,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은 현존하는 최고의 디지털로 촬영한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몇몇 극장이 보유한 4K를 예로 들면 프레임당 1,200만 화소를 가지지만, 이에 비해 아이맥스 70mm 필름은 자그마치 1억 2천만에서 1억 5천만 화소입니다. 맥길리브레리는 디지털이 아이맥스 70mm 필름을 대체하려면 8K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이맥스는 주로 다큐멘터리 등에 쓰였고 지금도 주가 되고 있습니다. 최대의 이익 추구와 기타 이유로 상업영화에선 꺼릴 수밖에 없죠)

사정이 이러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이맥스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위 사진은 제가 올해 2월에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찍은 것입니다.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모 박물관이었을 겁니다. 다른 행사 참석차 방문했었는데 마침 아이맥스 영사기가 보이길래 잠시 구경할 수 없겠냐, 한국에는 이제 아이맥스 필름을 다루지 않아서 꼭 보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매니저분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시더군요. 허락만 해주신 게 아니라 아예 영사실까지 데리고 가서 구경을 시켜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영 중에 영사실을 들락거리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영사실에서 근무했던 건 아니지만 웬만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극장에서 제가 만났던 매니저분도 필름을 버리고 디지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 무지 아쉬워하시더군요. 한편으로는 또 경제적인 면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씀하셔서 저 또한 공감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디지털로 가면 아무래도 촬영과 후반작업 등도 한결 용이해지겠죠. 그건 그렇지만 디지털과 필름의 차이가 저토록 극명한 데 반해 관람료는 동일하게 받는 것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원성이 자자합니다. 오죽하면 디지털은 아이맥스(IMAX)가 아니라 라이맥스(LIEMAX)라고 지칭하면서 비꼬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백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불행입니다. 아이맥스가 국내에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있던 70mm 필름이 사라지고 디지털이 대체하는 건 달갑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우리나라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디지털이든 어쨌든 여전히 아이맥스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건 절대불변의 진리니 괜히 일반 디지털을 택하는 실수는 하지 마시길!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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