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개의 문>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조직 사회에서 일개 하위 구성원이 상부의 일방적인 명령에-그게 만약 옳지 않은 일이라도- 불복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방송계, 연예계는 군인, 경찰, 공무원같은 고도의 관료제와 달리 제작에 참여하는 연출진의 힘이 막강하다고 하나 근래 MBC는 제작 환경마저 윗선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더 이상 영혼 없는 언론인이 되기 싫었던 MBC 노조는 그간 윗선의 입맛에만 맞춘 방송 제작을 거부하고, 거리에 나서서 지금도 공영 방송 사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직 '자리보존'에만 힘쓰는 윗선은 자신들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200여 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나가는 노조가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파업으로 생기는 공백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은 파업 와중에도 시청자들을 위해 힘겹게 정상 방영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까지 동원하여 '땜빵'이 가능하지만, 현재 MBC로서는 도저히 건들 수 없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무한도전>입니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호PD 없이는 도저히 제작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무한도전>은 21주 연속 결방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MBC 예능을 상징하는 대표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현재 런던 올림픽 중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측은 지난 4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 캐스터로 참여해 엄청난 방송 효과를 안겨준 <무한도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김태호PD는 "노조 파업이 끝나야..."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예능국에서는 일찌감치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기 위해 구성원들 명의로 AD카드를 발급해놓고 슬슬 김태호PD와 출연진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러나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김태호PD와, <무한도전>이 정상화되어야 그때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겠다는 출연진. 그리고 4년 전처럼 <무한도전>이 올림픽 캐스터로 활약하는 장면이 보고 싶긴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서는 런던으로 가길 원치 않는 대다수의 시청자들.

갈수록 애가 타는 것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런던행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비워놓고 만반의 준비까지 마친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진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무한도전>을 런던으로 보내 정상적(?)으로 방송에 참여하게 하고픈 사측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서 사측은 연이어 <무한도전> 외주 제작설도 흘리고 내친김에 폐지까지 언급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잠시나마 <무한도전>을 대체(?)할 요량으로 MBC 자회사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에서 <무한도전> 스핀오프판으로 시즌3까지 방영하던 <무한걸스>를 지상파로 끌어옵니다. 그리고 <무한걸스>에게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히트를 기록했던 인기 아이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선사합니다.

<무한걸스> 첫 방영 이후에도 사측은 <무한걸스>를 띄우기 위해 막대한 공을 들였습니다. <놀러와>,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시키는 것은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섹션티비 연예통신>에서 소개된 <무한걸스>는 <무한도전>과의 친절한 비교 분석까지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무한걸스>를 <무한도전> 대체 프로그램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무한걸스> 멤버들과 제작진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으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그저 윗선의 지시에 충실할 뿐입니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영화 <두개의 문>에서 용산 한 복판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민들을 진압하라는 명령에 따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간 경찰 특공대 대원들처럼 말이죠.

태생부터가 <무한도전> 마이너리그로 시작해 <무한도전>을 아빠 혹은 오빠라고 부르는 <무한걸스> 멤버들에게 <무한걸스>가 <무한도전> 대체 프로그램이라는 질문에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은 어떤 말을 해도 "감히 <무한도전> 그대로 따라하는 주제에"라면서 건방지고 기본적인 상도덕도 없는 철면피로 보일 뿐입니다.

오히려 케이블 시절 <무한도전> 몇몇 아이템을 따라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한걸스>만의 소소한 웃음이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지금 오직 <무한도전>을 답습하기에 급급한 <무한걸스>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비록 <무한걸스> 출연진 몇몇의 발언이 가뜩이나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무한도전> 골수 시청자들을 자극하긴 하지만 <무한걸스> 멤버와 제작진의 무능함, 뻔뻔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듯합니다. 애초 <무한걸스>를 공중파로 끌어와 <무한도전> 짝퉁으로 만들어버린 그분들이 제일 큰 문제겠죠.

그렇게 <무한걸스>를 밀어줘도 정작 2회 시청률은 첫 회보다 더 떨어지고, 비판적인 분위기는 꺼질 줄 모르는 상황. 차라리 <무한걸스>가 노골적으로 <무한도전>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더라면, 평소 케이블에서 하던 대로 공중파에 맞게 변형했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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