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자당의원들의 반발과 민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소속 당 의원들의 세비반납으로 인해 원내 지도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졌다. 국회 개원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정치쇼'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향후에도 계속 이 원칙을 유지해야 할 입장으로 내몰려, 국회 개원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할 부담도 떠 안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복 새누리당 무노동 무임금 TF팀장은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세비반납여부’에 대한 질문에 "6월 개원국회 약속을 못지켰기 때문에 한 것이고, 이후의 임시국회는 대상이 다룰 수도 있기 때문에 전체를 다룬다는 것은 어렵다"며, "이후에 논의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지도부의 곤혹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회의 미개원을 이유로 세비를 반납한 것이서, '임시국회'든 무엇이든 19대 국회가 개원이 안된 상황이라면, 계속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임기시작일인 5월 30일 50여건의 입법발의를 시작으로, 6월 20일 오늘까지 226건의 제, 개정 법률안이 접수되었고, 국회개원과 상관없이 국회의원들은 업무파악과 향후계획, 그에 따라 정부 부처와 국민들과의 접촉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무노동 상태가 아니라, 유노동의 상태인 셈이다. 일을 하고 있는데도 임금을 안 받겠다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나선 꼴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내부 반발이 더욱 거센진 측면이 있다.

민주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은 "무능한 지도부가 국회법이 정한 개원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책임을 전체 동료의원에게 전가"했다는 발언을 새누리당의원이 했다고 전했다.

또한, 18대 때 자발적으로 33인의 의원들이 진행했던 세비반납건과는 달리 이번의 경우, 지도부가 앞장서서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야만 진정성도 의심받지 않게 되어 있다. 더욱이 18대 당시에도 33인의 ‘자발적 세비 반납’도 일회성으로 그치자, '정치쇼'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점에서 19대 국회가 새누리당의 '자충수'로, 생각보다 일찍 국회개원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국회 주변에서 벌써 나오고 있다. 여론의 동향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 '잘한 일'이라는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 이를 나타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홍일표 대변인은 '19일 새누리당은 세비를 받지 않는다는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당일 의원 총회에서 결의는 했으나, 국회절차상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일 국회 담당과는 동의서접수 여부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진복 의원은 "144명정도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날 홍일표 대변인은 저녁9시까지 141명이라고 밝혔었다. 몇명이 어떤식으로 했는지,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주목되지만, 앞으로 이 문제로 인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의서는 못내고, (당의 방침이니) 개인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공개선언도 나온 상황이라, 정확한 내용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지경이다.

새누리당의 세비반납은 내외부의 반발을 무릎쓰고 원내지도부가 강행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입장에서는 ‘의원 기득권포기에 대한 대국민약속’이라 불가피한 면도 있다. 다만,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은 당의 김성태 의원은 “총선당시 제가 담당했던 노동, 비정규 분야 공약에도 있지 않았던 무노동 무임금 공약을 지도부가 정치적 계산으로 추가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으로부터도 "국회개원 연기의 1차 책임자인 '여당의 '정치쇼', "일하라고 보냈지, 보훈단체에 기부하라고 보낸 것 아니다"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원내지도부인 이한구 대표는 최근, '극우'인사로 알려진 조갑제씨의 '종북백과사전'을 들고나와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세비반납의 '자충수'로 지도력에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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