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삼성에 1-7로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더욱 삼성의 탈보트에게는 시즌 3패로 특정팀 특정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습니다. 좀처럼 시리즈 우위를 잡아가지 못하는 기아의 모습을 보면 올 시즌 상위권 도약은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탈보트, 호랑이들이 가장 만만했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피칭을 해주던 앤서니와 탈보트의 맞대결은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양팀 모두 상위권 도약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으로서는 한화전 스윕을 하며 기세등등했지만, 두산에게 1승 2패를 당하며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하던 상황에서 올 시즌 만만한 상대인 기아를 만나 재도약을 꿈꿀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기아로서는 지난주 1승 3패 1무를 기록하며 여전히 5할이 넘는 승부를 보이지 못하며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삼성 원정 경기는 중요했습니다. 매번 시리즈에서 첫 경기를 내주며 힘겹게 경기를 풀어갔던 기아로서 화요일 첫 경기 승리는 너무나 절실했습니다.

3회까지 선발 투수들의 투구에 밀린 타자들은 좀처럼 점수를 뽑지를 못했습니다. 앤서니나 탈보트 모두 빠른 공과 변화구를 안정적으로 뿌리며 상대를 압도해나갔기 때문입니다. 기아가 초반 조금 불안했던 탈보트를 무너트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삼성은 4회 먼저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 KIA 선발 앤서니 ⓒ연합뉴스
1사 후 이승엽이 포문을 열자 후속 타자들이 연속 안타를 치며 앤서니를 상대로 2점을 뽑으며 경기를 지배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아 타선이 중심타선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과 달리, 삼성은 중심 타선이 폭발하며 상대 마운드를 적극 공략하며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한 번 터진 방망이들은 5회 다시 집중 안타로 이어지며 단숨에 경기를 0-6까지 벌리고 말았습니다. 1사후 배영섭을 시작으로 4개의 안타를 집중시킨 삼성의 타선 집중력은 기아만 만나면 빛을 발하곤 합니다. 5회 들어서자마자 앤서니가 1사 후 배영섭에게 안타를 맞고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주자 기아 벤치에서는 더 이상의 실점은 안 된다며 좌완 투수로 마운드를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진해수는 하지만 좌타자들에게 난타당하며 앤서니가 내보낸 주자들을 모두 불러모아 4실점을 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닝 마무리는 고사하고 공 다섯 개를 던져 2안타를 맞은 진해수가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기아로서는 도망갈 방법을 찾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비록 삼성의 불펜이 작년과 달리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5회 6-0까지 벌어진 점수는 너무 커보였기 때문입니다.

6회 선두 타자인 김선빈이 3루 강습 안타와 도루를 성공시키고, 폭투로 3루까지 진루해 이범호의 좌익수 플라이로 겨우 1점을 얻는 데 그친 기아의 공격력은 참담했습니다. 중요한 고비에서 연속 안타는 터지지 않고 진루타도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기아 타선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삼성 투수들에게 완벽하게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엘지를 누르며 연승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기아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기력함으로 돌아와 있는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마치 메멘토라도 하듯 시리즈 첫날 경기만 되면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지난 경기의 흐름을 이어가지도 못하고 무참하게 패배하는 기아의 모습은 올 시즌 전망을 어둡게 만듭니다.

앤서니는 4와 1/3이닝 동안 94개의 투구로 6안타, 1사사구, 1삼진, 4실점을 하며 시즌 7패째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앤서니는 초반 투구수 조절에 실패했고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사사구가 1개 밖에 되지 않는 등 안정적인 피칭을 보이기는 했지만 4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5회 1사를 잡은 상황에서 안타와 볼넷이 이어지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하는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벤치로서는 볼넷을 앤서니가 제구력과 체력이 급격하게 하락한 증거로 생각했습니다. 주자를 두 명이나 내준 상황에서 삼성의 중심 타자인 왼손 최형우와 이승엽을 상대해 실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물론 이 두 타자가 무서운 타자들이기는 하지만 그대로 앤서니에게 이닝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5회 들어 투구 수가 100개에 근접하고 결정적으로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기에 투수 교체의 적기라고 판단은 되었지만 후속 투수들의 무기력한 피칭은 아쉬움으로 남았으니 말입니다.

▲ 삼성 선발 탈보트 ⓒ연합뉴스
앤서니와 달리, 탈보트는 6이닝 동안 96개의 공으로 2안타, 3사사구, 2삼진, 1실점으로 시즌 7승 1패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삼성 에이스로 우뚝 섰습니다. 비록 팀 순위가 하위권에 쳐져 있기는 하지만 탈보트가 보인 피칭은 수준급 투수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더욱 기아를 상대로 올 시즌 7승 중 3승을 쓸어담으며 호랑이 킬러가 된 탈보트는 이후 경기에서도 쉽게 기아 타자들이 공략하기는 힘든 투수로 보였습니다.

속구의 구질이나 변화구 등이 기아 타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탈보트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현재의 무기력한 기아 타선이 그를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탈보트에 대한 기아의 두려움은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욱 커질 듯합니다.

기아는 29번의 타석에 들어서며 단 4안타에 그쳤습니다. 퍼펙트 경기가 27 타석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무기력함이 얼마나 컸는지는 잘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4안타 역시 모두 산발로 그치며 좀처럼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기아로서는 화요일 경기만이 아니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다시 스윕을 고민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삼성은 다시 한 번 중요한 고비에서 기아를 만나 승수 보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5할 승부를 하던 삼성은 기아를 상대로 손쉬운 경기를 치르며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삼성이 6위이고 기아가 7위이기는 하지만 두 팀 간의 승차가 3.5게임차가 되면서 기아와 한화가 올 시즌 조기 탈락자가 되는 분위기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삼성까지는 선두 SK와 단 3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제든 선두권 도약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기아가 6.5 게임차, 꼴찌인 한화가 11경기 차를 보이며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몰락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서재응과 고든이 맞붙는 수요일 경기에서 과연 기아가 삼성을 잡고 마지막 목요일 경기까지 이겨 위닝 시리즈로 홈구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기아의 우울한 6월은 꼴찌 경쟁이냐 상위권 도약이냐를 놓고 벌이는 중요한 혈전이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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