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MBC <PD수첩>이 방영된 이후 '미국산 쇠고기'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오늘자(5월1일) 동아일보 보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아는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와 이로 인한 시민들의 우려 확산을 한낱 '괴담'으로 치부하는 이상한(?) 보도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 동아일보 5월 1일자 8면
동아일보, '시민의 우려'는 '괴소문'?

동아일보는 1일자 8면 <'미국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에서 MBC <PD수첩>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 편파적으로 방송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유전자 구조의 차이로 발병 확률이 높다는 내용 등은 너무 성급한 결론 아니냐"는 임모씨의 발언과 함께 "<PD수첩> 방송 이후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에 대한 '괴소문'이 확산되고 있고 설렁탕집 등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통합민주당 최성 의원에 대해 "최 의원의 발언은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도축 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을 모두 제거하게 돼 있는 데다 도축 과정에서 SRM이 남아 있더라도 검역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민동석 농수산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지난달 29일 방영된 <PD수첩>에서 "비행기 탈 때 항공사고를 생각하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미국의 경우 1억마리 사육 소중에 3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이라고 밝힌 것과 똑같은 논리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3마리만 광우병에 걸린 소였다는 논리는 단순하다 못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미국 도축장들은 소 해체 과정에서 기계톱을 사용해 살코기 부분에 뼈, 내장, 신경조직 등이 섞여 들어가기 쉽다. 특정위험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도축과정은 미국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 인정하면서도 양쪽 주장 나열

동아일보는 <PD수첩>이 문제제기한 '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 유전자'에 대해 보도하면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문제될 것 없다는 쪽과 우려하는 쪽 주장을 언급했다.

동아는 "2004년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 환자 124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광우병과 관련이 있는 물질인 메티오닌 유전자형을 물려받은 비율이 약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38%로 알려져 있다"며 "한림대 의대 김용선 연구팀은 한국인이 이 유전자형을 물려받을 비율이 94.3%라는 연구결과를 2004년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동아는 "의학계에서는 인간 광우병 논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소량의 프리온 단백질을 먹는다고 해도 그 단백질이 뇌까지 가서 인간 광우병에 걸린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의 주장과 "현재의 방역과 검역시스템으로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적발하기 힘들고, 뼈를 넣은 설렁탕과 꼬리곰탕 등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에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정해관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교수의 발언을 같은 비중으로 전했다.

"국민건강 외면하고 정부의 입장에서 보도"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광우병의 위험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해 식품 안전문제에 대해 최대한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언론이 <PD수첩>의 정당한 문제제기와 시민의 우려에 대해 '괴소문' '괴담'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문제없다는 농림부 당국자의 발언을 비판적 문제제기 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국민이 아닌 정부의 입장에서 보도하고 있느라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쇠고기 개방에 대한 항의 글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쇄됐으며, 미디어다음 아고라 청원방에는 '미국 쇠고기 협상 무효화 특별법 만들자' 청원 서명이 발의된 지 하루만인 현재(오전 11시 20분) 9만6984명이 참여했다. 또 현재 29만432명이 참여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은 역대 최대 서명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다음 측이 메인에 띄우지 않아 '언론탄압'이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http://cafe.daum.net/antimb )'는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을 비판하는 집회 '미친 소, 너나 '처' 먹어라!!'를 열기로 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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